면세점ㆍ홈쇼핑 각각 5년마다 재승인 심사
'무늬만 심사 '홈쇼핑 갑질 논란 뿌리 뽑기 위해 심사 강화…바람직 평가 지배적
반면 면세점은 전투력 소모에 대규모 투자 막고 직원 고용 불안 '논란'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선정이 막을 내린 가운데 후폭풍이 거세다. 5년 시한부 특허가 논란의 핵심이다.
면세점 외에도 5년 재승인권을 놓고 과락이 엇갈리는 산업이 또 있다. 바로 홈쇼핑이다. 올 상반기 정부는 무늬만 심사였던 TV홈쇼핑 재승인 심사를 강화했다. 면세점처럼 탈락업체는 없었지만 롯데홈쇼핑은 사업권 재승인 심사가 3년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면세점과 홈쇼핑산업에 재승인 심사로 인해 독과점과 갑질을 퇴출시키겠다는 강력한 정부의 의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로서는 목숨줄을 쥐고 있는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승인을 받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재정적 부담에 과열 경쟁으로 전투력 소모가 우려되고 있다.
◆갑질 홈쇼핑 근절나선 정부=TV홈쇼핑은 1995년 GS홈쇼핑과 삼구쇼핑(현 CJ오쇼핑)이 첫 전파를 내보낸 이후 정부의 재승인 심사를 통해 영업권을 연장해갔다. 초기에는 승인 심사를 3년마다 진행했으나 최근 들어 5년으로 유효기간을 늘렸다. 정부의 재승인 심사에 탈락해 홈쇼핑이 영업을 못한 일은 없다.
업계에서 암묵적 승인이라고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있다. 콜센터 직원부터 TV홈쇼핑 업체 종사자가 1000명을 훌쩍 넘는데다 수천 개의 중소 협력업체가 홈쇼핑에 납품하고 있어 강제로 회사 문을 정부가 닫게 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쇼핑업계의 잇따른 갑질이 논란이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실제 TV홈쇼핑 업계는 '불공정 거래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끊임없이 비리논란에 휩싸였다. 사은품을 억지로 끼워 팔도록 한다는 등의 관행은 이미 보편적인 것이 됐다. 특히 신헌 당시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것이 적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4월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NS홈쇼핑에 대해 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와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 등을 조건으로 재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재승인 유효기간이 현대홈쇼핑과 NS홈쇼핑의 경우 현행대로 5년이지만, 최근 임직원 비리와 부당ㆍ불공정행위 등이 잇따라 적발된 롯데홈쇼핑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다만, 감사원이 현재 롯데홈쇼핑에 대한 서류 조작 혐의를 조사중에 있어 결과에 따라 다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홈쇼핑의 5년 재승인권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의 갑질은 재승인 과정에서 분명히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적합 홈쇼핑 업체는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통 노하우와 수천억 매출에도 특허권 탈락=그동안 면세점은 10년 자동갱신을 해왔다.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2013년 관세청은 면세 사업의 독과점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5년 경쟁 입찰로 관세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자동갱신으로 면세점을 운영했던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수천억원대의 투자비용을 쏟은데다 매출도 탄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입찰 결과에서 롯데와 SK는 탈락했다. 시장에서는 사업의 영속성, 고용 안정 등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신규로 서울 시내면세점에 진출한 두산과 신세계는 고민이 많아졌다. 막대한 투자비용을 쏟아붜도 사업의 지속 여부가 5년마다 위협받게 됐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다.
특허권을 뺏긴 SK 워커힐점과 롯데 월드타워점은 최근 영업장 확장을 위한 투자가 있었다. 워커힐면세점은 1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매장 면적을 기존대비 2배 이상 확장하고 매장 환경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12월 전체 재개장 예정이었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잠실 롯데월드에서 월드타워점으로 이전하며 인프라 구축, 인테리어 조성 등에 3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특성상 초기에 시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사업기간 5년 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게 사실상 어렵고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영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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