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유연한 EU'를 주장하며 EU에 요구할 개혁안을 1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개혁안을 두고 EU와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EU에서 탈퇴할 것인지 여부를 국민들에게 물을 예정이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런던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서 한 연설에서 EU-영국 간 관계에서 변화되기를 바라는 영국의 요구사항들을 발표했다.
캐머런이 제시한 4개 요구사항은 '유연한 EU'에서 자율권을 보장받는 영국의 회원국 위상으로 요약된다.
최대 쟁점인 EU 이민자와 관련, 그는 "EU에서 영국에 온 이주민은 4년이 지나야만 복지혜택 또는 거주지원을 신청할 자격을 주고자 한다"며 수차례 공개해온 요구를 확인했다.
그는 "한해 순이민자수가 30만명에 달하는 상황은 지속 불가능하다"면서 "EU 이외 시민뿐만 아니라 EU 시민의 이민도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EU 이민자의 복지 남용 억제와 통제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공약사항"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EU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라도 개별국 의회가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이른바 '레드 카드' 시스템도 요구했다. 그는 "통합 심화를 위한 EU의 노력이 더는 영국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임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공식적으로, 법적 구속력 있게,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확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무ㆍ내무 사안과 관련한 영국의 '옵트 아웃(opt-outㆍ선택적 적용)' 존중을 요구했다. 특히 "국가 안보는 전적으로 개별 회원국에 책임을 계속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상 초유의 유럽 난민 위기와 테러 대응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기 위한 요구사항이다.
이밖에 非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의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이 유지되는한편 유로존 통합 심화로부터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는 점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캐머런은 "영국은 EU 창설 기본원칙 중 하나인 '더 가까운 공동체'에 종속돼선 안 된다"며 '느슨한' EU 내 영국 위상을 주창했다. 그는 "영국은 EU의 추가적인 정치통합이나 '유럽합중국' 같은 구상에 얽혀들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캐머런은 EU 회원국들과 협상에서 이런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임무는 아니라면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협상이 실패한다면 아무것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협상 실패시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그는 전날 원하는 협상 결과를 얻으면 영국의 EU 잔류를 위해 몸을 던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그는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이들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공식 전달했다.
영국 언론들은 EU의 기본 원칙인 자유 이동의 원칙과 연관된 EU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에 자국 이민자들이 많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복지혜택 제한에 대해 EU의 근간이 되는 이동의 자유 원칙에 어긋난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대변인도 "유럽 시장의 근본 자유들에 관한 것들이어서 일부 요구사항들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반응을 내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어려운 것들도 있고 덜 어려운 것들도 있지만, 문제를 풀려는 자세를 가지면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미 2017년 이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그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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