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츠 크래머 S&P 신용 대표 "英 최고 신용등급 40년만에 박탈" 경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때문에 영국이 약 40년만에 최고 신용등급(AAA)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모리츠 크래머 유럽 국가 신용등급 부문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영국의 신용등급이 한 등급 강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탈퇴 결정 후 영국과 EU의 관계가 나빠지면 강등 단계가 두 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래머 대표는 "브렉시트에 대해 우리는 중기적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EU와 영국의 미래 관계 등의 여건을 고려해 우리가 영국 신용등급을 한 등급 이상 강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래머는 영국의 EU 탈퇴 결정은 하나의 사건일 뿐이지만 그 파장은 다층적이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의 EU 탈퇴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불러올 경우에도 영국의 신용등급은 두 단계 강등될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1978년 이후 AAA로 매기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S&P는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영국의 신용등급이 향후 2년 안에 강등될 확률이 최소 33%라는 의미다.
크래머의 경고대로 영국의 신용등급이 두 등급 내려가면 AA가 된다. 이는 현재 AA+ 등급인 EU보다 한 등급 더 낮은 것이다.
브렉시트 찬성을 주장하는 영국의 한 인사는 "자유무역과 우호 관계에 기반해 영국-EU 관계에 대한 협상을 할 것"이라며 "따라서 영국 신용등급 강등을 분명히 유발할만한 영국 경제의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P와 달리 무디스와 피치는 이미 2013년에 영국의 최고 신용등급을 박탈했다. 무디스는 지난 6월에 브렉시트시 영국의 신용등급을 더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마이클 프로먼 대표도 이날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미국은 영국과 별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현재 EU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자연히 FTA에 따른 혜택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프로먼 대표는 "영국은 더 큰 경제단위인 EU의 일부일 때 협상 과정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특별히 개별 국가들을 위한 FTA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현재 FTA를 협상 중이며 장기적으로 다른 국가들이 이에 합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해 미국에서 540억달러어치 이상 수출을 기록했다. EU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컸다.
최근 영국을 국빈 방문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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