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진범으로 지목됐던 에드워드 리 이태원 살인사건 재판 증인 출석
-18년만에 출석. 공모사실 및 증인들 발언 모두 부인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한국인 대학생을 찔러 살해한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기소됐다 풀려난 에드워드 리(36)가 4일 주범으로 지목된 아서 존 패터슨(36)의 1회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리는 증언을 통해 패터슨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면서도 패터슨이 진범이라고 주장했다.
리는 오후 2시께 판사의 호명에 따라 법원 증인·피고인 통로를 통해 재판장에 나왔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유도선수처럼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는 검은 양복을 입고 증인석으로 향했다.
패터슨은 리가 들어오는 모습을 담담히 쳐다봤다. 그러나 리는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증인석으로 곧장 가 앉았다. 판사가 증인심문에 대한 절차를 설명해주는 내내 패터슨은 리와 통역인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반면 리는 증인 심문 내내 변호인 쪽은 쳐다보지 않았다.
리는 우선 화장실에 들어가 칼을 패터슨에게 건네줌으로써 살인을 공모했다는 검찰 측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리는 패터슨에게 '장난으로 버거킹에서 아리랑 치기 범행이 일어나면 웃기겠지'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 "저는 그렇게 이야기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리는 피고인이 접힌 칼을 들고 자신보고 같이 가자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억이 안 다"며 "무슨 말을 한 지는 기억이 안 지만 내가 먼저 화장실로 손을 씻기 위해 갔다" 고 말했다.
그는 패터슨이 화장실 갈 때 칼을 들고 간 걸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어떻게 그걸 제가 알 수 있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리는 피해자 조 씨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에 대해선 잘 기억이 안 다고 한 반면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대답했다.
그는 "손을 닦고 있는데 거울을 통해서 패터슨이 피해자를 갑자기 찌른 모습을 봤다"며 "패터슨은 고개를 돌려 자기를 때리려는 피해자를 계속 찔렀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로 나가기 전 피해자가 목을 잡고 넘어 지려는 모습을 봤다며 증언대에서 일어서며 당시 피해자의 모습을 간단히 재연하기도 했다. 피해자를 두고 그냥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패터슨이 친구여서 그랬다"며 "당시 제가 너무 놀라 어떻게 할 지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리가 패터슨에게 "뭔가 멋진 것을 화장실에서 보여 겠다"고 한 뒤 칼을 주며 살인을 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패터슨 측은 리가 마약에 취해 단독 범행을 저질렀으며 패터슨은 당시 상황을 목격만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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