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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금융개혁 오적(五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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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금융개혁 오적(五賊) 이정일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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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홈런인 줄 알았는데 똥볼이었다. 그 바람에 '관치'만 드러내고 말았다. "지구상에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금융은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지난 10일 페루 리마 발언은 사실 관계부터 틀렸다. 4시 폐점은 세계 평균이다. 수정하자면 '지구상 어디에도 있다'.


발언의 뿌리는 짐작이 된다. 9월30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다.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은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 낮았다(국가 경쟁력은 26위). 박근혜 대통령도 못마땅했나 보다. 10월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부문은 여전히 낮은 순위를 기록하며…"라고 질타했다. 그러니 최 부총리가 '오버'할 수밖에.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금융권이 잡고 있다는 인식인데 번지수가 틀렸다. 금융 경쟁력은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이 발목을 잡아 왔다. 걸핏하면 낙하산을 내려앉혔다. 이명박 전 정부에서는 '4대 천왕'(강만수ㆍ 김승유ㆍ어윤대ㆍ이팔성), 박근혜 현 정부에서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가 눈총을 받았다. 그 같은 역학관계에서 금융사들은 정부 정책에 북도 치고 장구도 쳐야 한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자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연봉 일부를 반납했고, 청년희망펀드가 나오자마자 은행 직원들이 가입을 종용받았다. 그런데도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 경쟁력이 은행원 탓인가. 정부와 정치권은 금융혁신을 부르짖지만 금융개혁의 가장 큰 적(賊)은 '관치'다.


2. 박근혜정부의 금융개혁 방향도 어수선하다. 최 부총리의 '4시 영업'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금융권 화두는 핀테크(금융+기술)였고 창조금융(또는 기술금융)이었다.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지적하면서 액티브X로 대변되는 규제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이때까지 창조금융은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그런데 지금은?

"박근혜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기술금융은 어디로 사라졌냐"는 금융권의 볼멘소리는 끼어들 틈이 없다. 눈만 뜨면 새로운 화두가 던져진다. 하루는 양질의 일자리를 주문하고, 다음 날은 벤처 창업의 금융 지원을 역설하더니 이제는 '좀비기업 구조조정'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겠냐마는, 이미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도 시간이 촉박하다. '모든 개혁을 하겠다'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이음동의어다.


3.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것은 밥그릇이다. 그 밥그릇을 스스로 뒤집을 수 있을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규제 완화'를 천명했지만 결과는 '글쎄올시오'다. "규제라는 '차포'를 떼어내면 금융당국의 영(令)이 제대로 설까." '갑 중의 갑'이라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일부) 직원들은 심드렁하다. 노골적인 반응도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금융 감독은 무한하다."


갑의 심정을 선배들이 더 잘 안다. "금융당국에 재무부 출신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아. 그러니 큰 그림(정책)을 그리기보다는 규제만 하려 들지."(금융당국 출신 A 기관장) 갑의 심정을 또한 '을'이 꿰뚫는다. "규제 한 두 개를 풀면 뭐하나. 감독이 더 쎄질 텐데."(B 금융사 CEO)


4+5. 금융개혁을 바라보는 금융사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뿌리 깊은 금융규제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시장을 고착화시켰다. 그러는 사이 금융사들은 규제와 감독에 길들여졌고 익숙해졌다. 변화와 혁신은 뒷전으로 밀렸다. '금융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자기 암시도 여전하다. 일부 경영진은 임기만 채우면 된다는 보신주의에 빠져 있고 혁신을 주도해야 할 금융 지주사는 존재감이 약하다. 오너십이 없으니 주인 의식도 헐겁다. '금융에 왜 삼성이 없느냐'는 말은 관치에 대한 금융사들의 방어기제이지만, 정작 그들은 삼성처럼 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최경환 발언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금융노조도 보기 딱하다. 금융권 복지와 임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말 하나 마나다.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무색한 퇴직금은 말해 무엇하나. 금융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고 저항하지만 챙길 것을 챙기면 슬그머니 일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면서도 앓는 소리다.


늘 그렇듯, 개혁은 힘겹고 고달프다. 개혁에 대한 저항이 바로 우리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맞붙어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은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있다'는 세르반테스의 말처럼.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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