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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역사 알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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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역사 알박기 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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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역사를 올바르게 지키며 독도의 영유권을 공고히 하겠다."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동북아역사재단의 홈페이지 인사말이다.


교육부 산하의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주변국과의 역사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단체다. 설립 취지가 남다른 동북아역사재단이지만 최근 역사학계는 물론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는 대형 사고를 쳤다. 재단이 2012년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보낸 동북아 역사지도가 발단이었다. CRS는 만약 북한이 붕괴될 경우 북한 영토에 대한 중국과의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재단이 CRS에 보낸 지도에는 고조선의 영토가 크게 축소됐다. 또한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주장된 한나라의 식민통치기구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위치한 것으로 표기됐다. 중국이 내세운 동북공정의 논리와도 다를 바 없다. 한사군의 한반도 주둔설은 일제 식민사관이 식민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대표적 근거로 활용됐다. 심지어 재단이 제출한 지도마다 독도를 표기하지 않은 사실까지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을 이끌고 있는 안팎의 연구진들은 역사학계를 좌지우지하는 주류 학자들이다. 반면 비주류 및 재야의 역사학자들은 주류 학자들의 학설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류의 학설들이 대부분 일제의 식민사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매국 학설'이라는 날선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동안 주류 학자들은 한사군이 식민통치기구가 아니고 현재의 중국 영토에 위치했다는 주장에 대해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사실을 증명할 유물이 발굴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실증적 방법론이 아닌 고대사 연구는 의미가 없다는 논리였다. 비주류 학자들은 중국의 고대 문헌과 유물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실증적 방법론을 통해 한사군이 중국 영토에 위치한 증거를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류학자들은 여전히 '소수 의견'일 뿐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지도 논란도 역사학계의 주류와 비주류가 반목하는 연장선에서 터진 일이다.


역사란 이처럼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에 따라 국론 갈등을 유발시킨다. 역사는 사실(팩트)을 기록한다. 다만 사실의 기록은 동전의 양면 효과가 있다. 팩트라는 과거의 사실을 기록하는 것과 작성자의 주관적 해석이 녹아든 사실을 기록하는 양면성이다. 그래서 역사는 역사가에 의한 선택이라는 말도 있다. 누가 왜 작성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구상의 완벽한 기록물 중 하나로 인정받는 조선왕조실록을 보자. 조선 시대의 사관은 왕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은밀한 사생활까지도 낱낱이 기록하는 일을 담당했다. 왕의 명을 거부하면서까지 기록하는 절개가 사관의 책무였다. 왕조차 생존해 있는 동안 사관의 기록을 열람하는 것이 금지됐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은 진실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조선 중기 이후 당쟁이 격화되자 실록도 개정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번 손을 탔다. '선조수정실록' '현종개수실록' '숙종실록보궐정오' '경종수정실록'이 그것이다. 당쟁의 주역들인 북인, 서인, 남인들이 각각 자신들의 시각을 담아 개정판을 따로 작성했다. 중요한 사실은 개정판을 집필한 집권세력들이 실록 원본만은 폐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후세들이 실록과 개정판을 보고 알아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최근 국정교과서 문제가 정치권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주체사상으로 옭아매는 매카시즘 광풍이 심히 우려스러울 정도다. 역사는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기본 사실을 토대로 다양한 관점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를 독점하려 한다는 비난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정교과서 때문에 온 나라가 옴짝달싹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역사 알박기'와 다름없다.






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wjch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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