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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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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허진석 문화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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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레씨 부탁합니다. 그런 사람이 없다고요? 그래요. 그 사람의 어머니예요. 시칠리아에서 거는 거예요. 하루 종일 전화해도 안 받더군요. 지금 없는가 보군요. 전화번호를 전해 주시겠어요? 656-220-56. 고마워요."


아들은 로마에 있다. 이름은 살바토레 디 비타, 직업은 영화감독이다. 그는 담배를 문 채 메르세데스를 운전한다. 베네치아 광장을 빠져나오는 길이다. 등 뒤로 흰 대리석 건물이 멀어져 간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만들어 1988년에 개봉한 영화, '시네마 천국'은 그렇게 시작된다.

살바토레의 등 뒤로 사라져간 건물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는 19세기 중엽까지 유럽 열강의 지배를 받던 이탈리아를 수복하고 통일을 완수한 인물이다. 기념관은 베네치아 광장과 카피톨리노 언덕 사이에 있다. 주세페 사코니가 설계해 1911년에 완공했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은 로마에서 찍은 영화에 자주 나온다. '로마의 휴일(1953)'에서 그레고리 펙은 오드리 헵번을 스쿠터에 태우고 이 건물 앞을 달린다. '건축가의 배(1987)'에도 기념관이 보이고 우디 앨런이 만든 '로마 위드 러브(2012)'도 기념관 앞 베네치아 광장에서 시작된다.

여름의 끝자락에 얻은 휴가를 로마와 주변 도시 몇 곳에서 보냈다. 로마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 기억 속의 로마는 '출장지역'이다. 일정은 대개 '공항-숙소-취재-숙소-공항'이었다. 운이 좋은 날에야 달리는 차창 밖으로 "여기가 어디, 저기는 어디"라는 식으로 구경을 했다.


휴가는 베네치아 광장에서 시작됐다. 버스에서 내린 나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을 향해 카메라의 첫 셔터를 눌렀다. 그때 머릿속에 그동안 본 영화의 장면들이 '차르륵-!' 소리를 내며 스쳐갔다. 서울에 돌아온 뒤 로마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를 여러 편 보았다. '시네마 천국'이 시작될 때 기념관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영화평론가 한창호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로마의 거리를 걸을 때는 꿈속을 걷는 기분이 된다. 기원전 로마제국의 폐허와 르네상스의 걸작들을 동시에 만나기에 차라리 비현실에 가깝다"고 썼다. 그래서 로마가 현실의 논리와 이성, 그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게 만드는 마법의 도시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나간 시대의 우리 영화를 보자. 신성일씨가 엄앵란씨와 함께 출연한 '맨발의 청춘(1964)'에서 주한미국대사관 건물과 서울시청사가 보인다. 시청은 '로맨스 빠빠(1960)'와 '하녀(1960)'에도 나온다. '맨발의 청춘'에 나오는 중부경찰서는 유현목 감독이 만든 영화 '오발탄(1961)'에서도 보인다. '마부(1961)'에는 옛 중앙청이 등장한다.


서울에는 기념할 만한 건물이 많지 않다. 대형 건축물은 일제강점 이후의 소산이거나 상당수가 복원을 거쳤다. 과거의 영화감독들이 배경을 찾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도 사실은 이제 100년을 넘긴, 유럽 기준으로는 '새 건물'이다. 대본이 좋고 영상이 아름답다면 소재의 부족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찍은 영화는 한 도시를 꿈꾸거나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나는 서울에서 할리우드의 상업영화를 찍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범죄와 폭력보다는 사랑과 낭만의 무대가 되면 좋겠다. 나는 이스탄불을 좋아하는데, 리암 니슨이 주연한 '테이큰2(2012)'에는 살벌한 범죄 현장으로 나와 안타깝게 느꼈다.


나의 휴가는 스페인 광장에서 끝났다. 헵번이 햇살을 즐기며 젤라또를 맛본 그 계단에서. 일을 하러 로마에 갔을 때 나는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던지고 싶었다. 로마에 다시 가고 싶었으므로. 그러나 공사 중이어서 던지지 못했다. 나는 준비한 동전으로 젤라또를 사 먹었다.






허진석 문화스포츠레저부장 huhba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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