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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영화가 현실이 되는 세계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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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영화가 현실이 되는 세계가 두렵다 백종민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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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1일. 공휴일도, 명절도 아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25년간 기다려온 이날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은 바로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데이. 타임머신 차량을 타고 미래와 과거, 현재를 오가는 모험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백 투 더 퓨처 2편(1990년 개봉)에서 미래로 표현된 날이다.

이 영화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것은 특유의 유머와 함께 미래를 내다본 예지력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이 영화를 같이 본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감독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영화에서 그린 미래, 즉 현재에서 벌어지는 일과 영화를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 장면 곳곳에서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3D 영상을 활용해 상어가 입을 벌리고 덮치는 영화 광고, 벽에 걸린 대형 평면화면과 영상 통화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주인공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글라스는 삼성전자, 구글이 선보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에서 해고 통보를 팩스로 보내는 장면이다. 영화는 지금처럼 인터넷에 기반한 이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소통의 도구로 이용된다는 점은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가 만들어 낸 상상의 나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영화 주인공 마티가 타는 바퀴 없는 스케이트보드를 개발하고 있다. 타임머신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 선수들은 영화가 예상한 대로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안기 위해 포스트 시즌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꼭 백 투 더 퓨처가 아니더라도 영화, 소설, 만화 등 각종 콘텐츠가 미래를 선도하는 경우는 많다. 1860~1870년대에 나온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인류 생활의 변화를 미리 예견함과 동시에 산업의 변화를 주도한 동력으로까지 평가된다. 잠수함이나 우주여행이 꿈속의 일인 듯싶던 시절, 그의 소설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촉매제였다. 이런 상상이 있기에 미래를 개척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더욱 자극받는 것일 게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미래에 대한 상상이 암울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많은 작가들은 불안한 현실을 반영해 더욱 어두운 미래를 그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마션'을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0년작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 '혹성탈출'과 같은 영화들은 인류의 미래를 흑빛으로 표현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불만을 듣다 보면 영화에서 상상한 암울한 미래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한국의 헬조선, 미국의 월가 점령 운동, 유럽의 이주민 사태 등은 미래에 대한 희망 대신 분노를 드러낸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소설과 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헝거게임'에 등장하는 국가 '판엠'에서 사회 갈등과 분열이 결국 혁명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아찔한 상상이 들 정도이다.


현대 사회는 예전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행복보다는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학자, 관료, 정치인들이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불만 가득한 유권자들이 이번엔 갈아보자를 외치지만 그리스의 예에서 보듯 리더를 바꾼다고 해도 획기적인 변화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영화적 상상력으로 문제의 해법을 보여주는 감독을 찾는 것은 어떨까. 미래를 예견하는 영화를 선정하는 영화제를 열어 30년 후 인류의 미래를 제시할 또 다른 백 투 더 퓨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미국의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주장하는 것처럼 화성으로 이주하는 상상은 싫다.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감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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