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이어져
화장실·온기 필요한 이들에게 문 연 수도원
신부가 응원봉 들고 길 안내하는 사진 화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찬반 집회가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인근 가톨릭 수도원의 신부가 응원봉으로 어둠을 뚫고 길을 안내하는 사진이 화제다. 이날 한 엑스(X·구 트위터) 이용자는 "아니… 신부님이 응원봉을 들고 수도원 화장실 안내를 해주신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수도사 복장을 한 신부가 응원봉을 들고 앞서 걸어가며 집회에 참여 중인 다른 시민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또 다른 엑스 이용자도 이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도 응원봉을 든 신부 뒤를 시민들이 줄지어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영화 반지의 제왕 간달프 같다" "복장까지 예스러워서 성경의 한 장면 같다" "화장실이 아니라 천국으로 인도하시는 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집회 현장에서는 화장실이 시급한 문제가 되곤 한다. 이에 관저 인근의 한 가톨릭 수도원이 문을 열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이날 JT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수도원은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화장실과 본당을 개방하고, 수도원 곳곳의 남자 화장실도 여성에게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집회 참여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본당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 한 70명 정도가 줄을 서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신부님이 응원봉을 들고 나타나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잘라서 나를 따라와라'(라고 말했다)"라며 "공공시설이 많지 않은데 너무 다들 고마워하고 많은 분이 없던 신앙심이 생겼다. 신이 있다면 교회에 있지 않고 이런 곳(거리)에 있지 않겠나"라고 JTBC에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만료일인 이날까지도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체포와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전날 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 측 참가자 수십 명은 눈이 오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은박 담요를 두른 채 농성을 이어갔다. 이 모습이 마치 은박지로 포장된 초콜릿 브랜드 ‘키세스’를 연상케 해 누리꾼 사이에서는 ‘인간 키세스’ ‘한남동 키세스 시위대’ ‘키세스 동지’ 등의 별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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