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年7000대 생산대수 2019년까지 9000대로 늘릴것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페라리의 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페라리 자동차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페라리가 상장 후 연간 생산대수를 대폭 늘릴 계획임을 공개했다고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CN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는 페라리 때문에 교통 체증이 유발될지도 모른다는 농담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실제 교통 체증 유발 가능성은 없다. 생산대수를 대폭 늘려봤자 연간 7000만대 이상 팔리는 세계 자동차 중에서 페라리의 판매대수는 여전히 1만대를 밑돌 것이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이날 미국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재 연간 7000대 수준인 생산대수를 2019년까지 90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30%나 늘리겠다는 것이다.
페라리의 그간 콧대높은 행보에 반하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2013년 연간 판매대수가 7000대를 넘어서자 페라리의 희소성이 줄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생산대수를 줄이겠다고 했던 페라리였다.
페라리는 생산대수를 대폭 늘리기로 한 이유에 대해 신흥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인구변화로 목표 고객층이 늘고 이들의 구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페라리는 상장 후 페라리 소유주와 주주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라리가 생산대수를 늘리면 매출과 순이익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페라리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희소 가치가 높은 자동차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기존의 페라리 소유주나 수집가들에게 생산대수 확대는 불편한 계획일 수 있다. 페라리는 소량 생산으로 브랜드 가치를 지켰고 이는 페라리가 특별한 자동차로 인식되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희소성 전략 덕분에 페라리는 중고차 가격도 비쌌다. 페라리 소유주들은 페라리를 팔 때 거의 매입가에 가까운 가격에 팔거나 때로는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페라리가 생산대수를 늘리면 페라리의 희소성은 줄고 이에 따라 페라리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페라리의 생산 목표대수 9000대는 여전히 다른 고급 브랜드에 비해 적은 것이다. 마세라티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페라리보다 다섯 배 가량 많은 3만6500대였다. 벤틀리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1만1020대였고 마세라티는 지난해 페라리보다 다섯 배 가량 많은 3만6500대가 팔렸다. 9000대로 늘려도 여전히 페라리는 쉽게 볼 수 없는 자동차인 셈이다.
제네바 소재 자동차 조사업체인 키트스톤의 사이먼 키드스톤 설립자는 "페라리는 애스톤 마틴·마세라티·벤틀리 등과 비교했을 때 브랜드 가치를 매우 잘 유지해왔다"며 "페라리 중고차 가격의 하략 여부는 생산대수를 어떻게 늘리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라리는 보고서에서 생산대수를 늘려도 이를 주의깊게 감시하고 적절히 조절해 페라리의 희소성과 독보적인 명성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라레파리 같은 슈퍼카와 특별 한정판 차량을 통해서도 브랜드 가치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라페라리의 가격은 무려 120만달러였다.
페라리 지분 90%를 보유한 모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FCA)은 이달 말 뉴욕증시 IPO를 통해 페라리 지분 9%에 해당하는 1720만주를 매각할 예정이다. 공모 예상가는 48~52달러로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되면 페라리의 약 98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페라리는 보고서에서 3분기 매출 규모를 7억2000만~7억3000만유로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9~10%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셈이다. 조정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2억1000만~2억1500만유로를 기록해 19~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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