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도 감소세…완화적 통화정책 효과 미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돈이 막혔다. 저금리와 저성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시중 단기부동자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기업 역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금성 자산이 쌓이고 있다. 정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수십조 원의 돈이 시중에 풀렸지만 좀처럼 돌지 않고 있는 셈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단기부동자금 규모가 884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89조원 이상 증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7월 평균잔액 기준 머니마켓펀드(MMF)의 규모가 6월 630조원에서 645조원으로 증가했던 점을 감안, 시중의 단기부동자금이 이미 900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2008년 539조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2년까지 600조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저금리 기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3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본원통화 대비 통화량을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2008년 금융위기 영향으로 급락한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6월과 7월 각각 18.36배, 18.04배를 기록했다. 올 들어 금융당국이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끌어올렸으나 정작 통화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셈이다.
표영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점차 낮아지며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한 자금이 단기자금시장으로 이동해 단기 부동자금의 급증으로 이어졌다"며 "금리인하 등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중 자금 흐름의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단기부동자금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대기성 자금, 결제와 지불을 위한 준비자금, 기업들의 현금보유 증가 등이 꼽혔다. 대표 단기금융상품인 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경우 지난 8월 말 기준 전년 대비 30.6%, 12.4% 증가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 또한 2008년 9조2000억원에서 2014년 16조1000억원, 2015년 8월 말 20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대규모 현금자산이 기업 내부에 쌓여 있는 탓이다. 2011년 118조4000억원이던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2014년 74조8000억원, 2015년 1분기 19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경직된 시중 자금 흐름을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금리로 인한 장기 금융상품의 수요 하락과 더불어 해외시장 불확실성으로 투자상품 역시 신통치 않고, 기업 내 자금의 대기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자금흐름이 더욱 나빠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표 연구원은 "저금리로 인해 중장기 금융상품 수요 감소는 물론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과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금 유출과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과 중국발 악재 등을 감안한 자금 흐름 개선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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