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금호산업 주인 찾기의 공이 금호산업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0일 오전 금호그룹 재건을 위한 금호산업 인수에 7047억원을 마지노선으로 배팅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과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밝혔다.
7047억원은 주당 4만179원에 금호산업 주식 50%+1주(1753만주)를 살 수 있는 액수다. 박 회장은 기존 금호산업 인수 제안가인 6503억원에서 544억원(8.4%) 증액해 제안했다.
이는 금호산업 매각 본 입찰에 참여한 호반건설의 입찰가 6007억원(주당 3만907원) 대비 30% 높은 금액이며 금호산업의 현 시가(주당 1만7148원) 대비보다도 134% 많은 금액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박 회장이 힘든 상황에서도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며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이후 여생을 그룹의 재건과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 회장에 제안에 깊은 고심에 빠진 건 채권단이다.
박 회장의 용단은 기존 제안가 대비 544억원을 증액하는데 그쳤지만 채권단이 박 회장의 최종 제안가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최소 888억~3171억원을 포기해야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금호산업의 가치로 1조218억원(주당 5만9000원)을 기대한 바 있다. 2010년 금호그룹 붕괴 시 박 회장은 채권단에 주당 6만원에 출자전환한 바 있다. 55개 금호산업 채권단의 희망 협상가도 7935억원으로, 박 회장 최종 제안가보다 888억원 가량 높다.
박 회장의 자금동원력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박 회장이 7047억원을 어떻게 끌어올지 알려진게 없다. 그룹 워크아웃 과정에서 3300억원의 사재를 이미 출연한 바 있으며, 금호타이어 지분(7.99%)도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어 대출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다.
박 회장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금호터미널의 자회사(100%)인 금호고속을 매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 매각 대금을 금호산업 지분 인수에 동원하면 순환출자 구조가 된다. 이에 금호터미널과 박 회장 간에 투자자로 구성된 펀드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고속을 통해 약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은행은 10일 오후 55개 금호산업 채권단 전체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수렴하고 11일 서면 결의서를 보낸다. 이어 18일 채권단 동의여부를 다시 받으며 전체 채권단 중 의결권 기준으로 75%가 박 회장의 인수가에 찬성하면 금호산업 매각은 연내 이뤄진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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