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진리췬 초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지명자가 지명 후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다. 그는 9일 국내 건설·인프라 관련 기업인들을 만나 "인프라 투자로 경제기적을 일군 한국의 노하우를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자"며 협력을 제안했다.
진 총재 지명자는 이날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건설·인프라·투자·금융 관련 기업인 10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10년 간 8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부족이 예상된다"며 "AIIB 출범 즉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AIIB와 한국 간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 기대감도 내비쳤다. 진 총재 지명자는 "한국이 창립을 앞두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MOU 체결 전부터 한국이 보여준 강력한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력 파트너 관계가 인프라를 넘어 빈곤퇴치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IIB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투명성·간소함·실적지향으로 요약했다. 진 총재 지명자는 "간소화된 조직을 추구한다"며 "지도력은 규모에 달려있는게 아니라 커뮤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상임이사국을 따로 두지 않고 임원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상임이사 없이도 집행, 실적 등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청렴한 조직 문화도 강조했다. 진 총재 지명자는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만든 개발은행이 21세기에 맞는 청렴한 기준에 따라 설립됐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AIIB는 공개된 정책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인 인프라 개발에 나서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진 총재 지명자는 "AIIB가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는 양질의 퀄리티를 갖춰야 한다"며 "인프라 투자로 인해 이재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 등 환경과 인프라 개발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진 친환경 기술과 녹색 파이낸싱 기법 등을 투자 설계 시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 가입에도 언제든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협정문에 나와있는 가입 조건, 즉 경제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총재 지명자는 "북한은 꼭 돕고자 하는 나라다"며 "북한도 (우리의) 멤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입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에도 포용성을 추구한다"며 "전세계 모든 국적의 인력이 AIIB 운영에 참여할 수 있고, 또 모든 국가의 기업이 입찰에 응할 수 있다"며 "민간시장 자본에도 문을 열 계획인데 일본과 미국의 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국 정부는 AIIB와 한국 기업간 가교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AIIB가 발행하는 채권에도 참여하는 한편 지식공유, 전문인력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트러스트 펀드를 설립해 AIIB의 효율적인 프로그램 실행을 돕겠다"며 "AIIB는 이러한 신탁 기금을 적극 활용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차관은 "한국의 우수한 기업들이 AIIB가 기대서 나아갈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오늘 만남이 든든한 버팀목과 인재를 확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IIB가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과정이 남아있다. 진 총재 지명자는 "협정문에 의거해 총회에서 총재 선임을 공식화하고 부총재를 포함해 이사진들도 선임이 돼야 한다"며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올해 중에 베이징에서 창립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총재직을 두고 22개국 창립 회원국가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 총재 지명자는 "모든 회원국에 기회는 열려있다"며 "실적을 기반으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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