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가전전시회(IFA)의 열기가 뜨겁다. 여러 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올해 IFA의 키워드는 UHD TV,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UHD TV는 제외하더라도,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정보의 전달과 수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넓은 의미에서 IoT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세계 가전사들은 IoT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IoT가 기존의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나 사물통신(Machine to Machine)과 다른 점은 디바이스 중심의 하드웨어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보의 교환으로 중심점이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IoT는 단기적으로는 폐쇄된 시스템에서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ㆍ교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가정에서 수면패턴을 인식하고 분석해 가전제품을 적시에 작동시키는 스마트홈과 같은 서비스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수집되던 정보들이 공유되고 분석됨으로써 기존에 존재하던 IoT 서비스 간의 융합과 통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즉 스마트홈이 인터넷을 통해 가전제품이 융합된 하나의 서비스라면 스마트홈, 스마트카, 스마트쇼핑 등의 서비스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통합돼 스마트라이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형태로 IoT가 진화할 경우 여러 IoT 기기에서 각기 다른 목적으로 수집되는 정보가 공유돼 진정한 의미의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같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이 보다 완벽한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IoT가 진화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점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수집된 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공유할 것인지에 관한 기술적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수집된 정보의 사용과 서비스 제공의 범위에 대한 사전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디바이스는 고성능 CCTV와 같이 사람의 외향과 행동에 대한 섬세한 인식은 물론 성향, 흥미, 취향과 같은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의 수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여기에 다른 디바이스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결합해 분석할 경우 개인의 특정화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현재 검색 사이트에서 과거 검색어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맞춤형 광고와 같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IoT의 발달은 개인에 관한 정보의 수집과 사용을 대폭 증가시킬 것이다. 이는 개인이 생산한 정보의 처리 현황 파악은 물론 데이터를 사용하는 서비스 제공자가 데이터 처리 상황을 정보 주체에게 알리는 것도 점차 어렵게 만들게 된다. 이런 상황은 정보의 주체가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망 중립성 또한 본격적인 IoT 시대에 앞서 사전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정보는 그 내용과 유형, 수신자와 발신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에 덧붙여 IoT가 본격화될 경우 원격의료나 재난안전 시스템과 같이 송수신 지연에 민감한 패킷의 우선권을 인정해야 하는지, 인정한다면 어떤 종류의 패킷에 대해 어느 정도의 우선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IoT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센서 기술, 초소형 구동기 기술, 무선 통신기술,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보안 기술 등 첨단 기술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마치 더 빠른 공간 이동을 위해 성능 좋은 자동차를 개발하고 더 넓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은 준비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준비만으로는 사회 시스템 변화로서의 IoT 시대를 맞이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술적인 준비에 더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규약과 질서가 필요하다. 기술적인 준비와 사회의 규칙이 조화를 이룰 때야 비로소 IoT는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 변화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진영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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