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돼 인기를 끌었던 공상과학 영화 '인터스텔라'. 영화 초반에 주인공 쿠퍼가 자녀들과 펑크 난 차로 옥수수 밭을 가로질러 가 아슬아슬하게 무인항공기를 포획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도에서 제작된 태양광 장기체공 무인기는 국경 없이 10여년간 비행한 끝에 미국에서 비행을 마감하게 된다. 영화는 미래 사회에서 실현된 장기체공 태양광 무인기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다.
무인기 또는 드론으로 통용되는 무인항공기는 어느새 우리의 주변에 다가와 뉴스의 단골 주제가 되고 있다. 무인기를 이용한 촬영이나 항공 방제와 같은 일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며 드론 택배 같은 기술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법규, 안전성 등의 문제가 있지만 결국은 무인항공기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세상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인항공기의 경우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글로벌호크 같은 고(高)고도 정찰기의 경우는 제트엔진을 사용해 30여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반면 대부분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기 동력 소형 무인기는 전력저장 한계에 의해 한 시간 내외의 비행이 가능하다.
만약 무인항공기가 몇 주에서 몇 개월간 특정 지역 상공에 떠서 장시간 비행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인공위성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 장기적으로 머물며 특정 지역을 지속적으로 아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고 일정한 지역에 대한 특수한 통신 중계를 담당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재난 감시, 교통 감시, 국경 감시, 고고도 기상 관측 등과 같은 일들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2014년부터 고고도 장기체공 태양광 무인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은 저위도 열대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유럽의 대형 항공우주 방위산업체 에어버스 DS사도 인공위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무인항공기가 연료 주입 없이 장기체공을 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태양전지를 이용한 동력의 확보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해가 진 이후의 시간에는 낮 시간 동안 충전된 2차전지나 재생형 연료전지 등의 전력을 이용하게 된다.
또한 태양광을 항상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상의 영향을 덜 받는 성층권 같은 고고도로 올라가야 한다. 성층권은 민간 여객기의 비행 고도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충돌 위험도 적고 구름도 거의 없기 때문에 태양광을 동력원으로 하는 비행기는 지속적으로 충전하며 머물 수 있다.
성층권은 지표면에 비해 공기밀도가 20% 이하이고 온도도 영하 70도 정도로 떨어져 초경량 고강성 기체 구조 설계 기술, 고고도 비행체 형상 및 프로펠러 설계 기술 등 첨단 항공 기술이 총망라돼야 비행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는 영국 퀴네틱(Qinetiq)사의 제퍼(Zephyr)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특수 배터리를 사용해 미국 애리조나 상공 성층권에서 수립한 2주 연속 비행이 최고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0년 전기 동력 무인기 핵심기술 개발에 착수해 2013년 저고도에서 25시간 연속 비행, 2014년 10㎞ 고도 비행 성공 등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개발 기술 수준을 높여 왔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성층권 고도 14㎞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고고도 장기체공 태양광 무인기는 선진국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 나아간 나라가 없는 미래 기술 분야다.
최근 국내에서 성취한 기술적 성과에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이어진다면 친환경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기술을 완성해 세계 무인항공기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창조적인 분야가 열리게 될 것이다.
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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