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컴퓨터가 만들어 낸 실세계와 유사한 3차원의 가상공간에서 인간이 직접 참여하여 보고, 듣고, 말하고, 만지는 등 오감을 활용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간이 실세계에서 느끼는 상황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가상현실은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공간이었으나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상현실에 대한 가상체험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로부터 10년 후 2008년 영화 '아이언맨'은 오래전에 지은 행사장 건물을 컴퓨터가 입체 영상으로 재현하여 영화 속 주인공이 숨겨진 비밀을 풀기 위해 가상 설계도를 실제처럼 손으로 직접 옮겨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9년 영화 '아바타'는 가상현실 속의 실제 인간이 된 주인공과 이를 스크린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삶을 뒤섞으며 현실과 가상의 구별이 모호해진 미래를 현재로 깊숙이 당겨왔다. 이는 가상현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각종 입출력 장치와 그래픽 엔진 기술의 발달 등 다양한 차원에서 기술이 발전되어 가상현실은 더 이상 스크린 속의 일만이 아니게 되었다.
최근 구글, 삼성,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구글 글라스, 카드보드, 기어VR, 오큘러스 리프트, 홀로렌즈 등과 같은 HMD(head mount display) 기반의 가상현실 기기들을 내놓으면서 가상현실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가상현실 기술은 주로 군사 및 교육훈련 분야에서 시뮬레이션 형태로 개발되어 활용되었다.
가상현실은 기술 발달과 사회 변화에 따라 응용분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건강과 문화생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개발된 가상현실 골프 시뮬레이터나 스노보드 시뮬레이터와 스키 시뮬레이터 등은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고난도의 스포츠 기술을 더욱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한 사례다. 아우디는 판매장에 가상현실을 도입함으로써 방문한 고객에게 가상현실을 통해 신상품을 직접 운전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주는 체험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드는 차량 인테리어 디자인에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환경에서 차량 디자인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직접 차량에 탑승하여 디자인의 적합성을 확인하도록 제공한다. 미국 워싱턴 하버뷰화상센터에서는 화상 환자에게 눈밭으로 뒤덮인 가상현실을 보면서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치료 중 상처를 자극함에 따라 사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대신 차가운 환경에 놓인 것으로 착각하게 함으로써 치료를 돕는다.
캘리포니아대학 산하 연구소에서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가 가능한 '가상 이라크(virtual iraq)'를 개발하여 군인병원에서 활용 중이다. 여행, 쇼핑,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가상현실 기술이 활발히 활용됨을 알 수 있다.
가상현실은 흔히 생각하듯 게임과 영상 산업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가장 큰 응용 분야이나 실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재현하고 그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제 생활에 다양하고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가상현실을 통해 둘러보거나 실감나게 미리 인테리어를 해볼 수도 있게 된다. 가상현실 기술은 사용자의 체험 영역을 확대하고 각종 비용을 줄이는 기술로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업, 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교육,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양하고 정교한 콘텐츠를 덧입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생활 형태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장(場)이자 도구가 되리라 기대한다.
박정민 KIST 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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