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이언스 포럼]대한민국 인재벨트와 지리적 한계선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사이언스 포럼]대한민국 인재벨트와 지리적 한계선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AD

대한민국에는 인재 벨트가 있다. 우수한 인재에 지리적 한계선이 있다는 말이다. 기업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연구개발 인재는 양재까지, 엔지니어는 수원과 오산까지만 지원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기업은 본사와 연구개발 조직을 서울에 설립하고, 핵심 생산시설을 수도권이나 근접지역에 짓는다. 지역에도 좋은 취업 자리가 있지만 우수한 인재가 취업을 위해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고, 그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안타깝게도 인재 벨트는 더 강화되는 추세다. 창업 붐은 대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지역의 일부 대학은 생존을 위해 캠퍼스를 수도권으로 이전한다. 최근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여 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을 지표로 대학 정원을 감축한다고 발표하자 학생 모집을 늘리기 위해 지역 대학이 자구책으로 택한 일이다.

지역 경제가 발전하려면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고, 우수한 인재가 지역의 기업인이나 지도자로 성장하는 선순환 고리가 필요하다. 이는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와 같은 폐쇄적 방식을 뜻하지 않는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개방형 선순환, 즉 지역 경제의 특정 목표를 중심으로 인재가 모이고 또 지역에서의 성장을 발판으로 지역 밖으로 진출하는 인재의 유동성(mobility) 증가에 기반한 성장을 뜻한다.


이러한 선순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다른 무엇보다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의 우수한 교육, 연구, 서비스 기능이 지역 경제와 맞물려 돌아갈 때 지역의 성장판이 열린다. 이것은 선진국의 주요 지역들이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대학은 지역의 기업과 연구소를 연결하는 혁신 클러스터의 중심지로 기능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대학은 그러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지역에서 교육한 인재를 수도권으로 취직시키기 위한 교육, 중앙 정부가 설정한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식 서비스시장에서의 경쟁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지역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고등교육 모델의 한계로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국가 주도의 고등교육 모델은 해방 후 경제가 어렵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자원과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앙 정부가 대학 행정을 주관하는 일은 당시 고등교육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렇게 형성된 국가 주도성은 대학의 생태계가 복잡해지고 대학의 시대적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지속된다. 중앙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대학의 설립, 국고 지원금의 교부, 대학 총장의 선출, 입시 제도, 학생 및 교원의 정원, 학과 및 단과대학의 설치, 대학 평가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에 고등교육 모델이 도입될 때 미국의 주립대학 모델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대학이 미국의 주립대학처럼 종합대학으로 만들어졌다. 당시는 지방자치 시대가 아니었으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가 설립주체가 되거나 중앙 정부의 지원에 의존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로로 우리나라 대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국립'이거나 중앙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방자치 20년, 과거 국가 차원에서 중시되던 정책과 제도를 지역의 관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로서 대학이 지역의 인재 중심지가 되도록 고등교육 정책의 변화를 추구하는 문제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기업인 사이에서 인재 벨트와 같은 하소연이 나오는 것은 지역 경제가 보내는 위험 신호다.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는 곳이 서울만 바라봐야 한다면 그 지역 경제와 사회에 무슨 기여를 하겠는가.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