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19일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초속 16㎞라는 역대 최고의 속력을 기록하며 발사될 때만 해도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Newhorizons)는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 탐사선이었다. 그러나 불과 7개월 후에 국제천문연맹은 행성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명왕성을 행성이 아닌 왜소행성으로 분류하여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잃고 말았다. 올해 5월에는 탐사선 돈(Dwan)이 소행성대에 있는 또 다른 왜소행성인 세레스를 탐사하였기 때문에 뉴호라이즌스는 최초의 왜소행성 탐사선의 지위도 얻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신비의 천체 명왕성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뉴호라이즌스는 2007년 2월 목성으로 접근하여 목성의 대기와 위성들, 자기장에 대한 정보를 전송하면서 장비들을 테스트하였다. 그리고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비행 속도를 초속 21㎞로 높이는 데에도 성공하였다. 이후 뉴호라이즌스는 거의 모든 부분의 전원을 끄고 7년 반 동안 동면 상태로 비행하면서 일주일마다 지구로 간단한 신호만 보내오다가 2014년 12월6일 동면에서 깨어나 명왕성과의 만남을 위한 정상 가동 상태에 들어갔다. 동면 비행을 한 이유는 탐사선 전자부품들의 손상을 줄이고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뉴호라이즌스는 2015년 7월4일부터 명왕성을 관측한 사진을 보내올 예정이었는데 바로 이날 갑작스러운 통신 두절 사고가 일어났다. 데이터 백업과 삭제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에 갑자기 많은 양의 명령어가 실행되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생긴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뉴호라이즌스는 이런 상태에 직면했을 때 대비한 대로 백업 컴퓨터로 전환하여 안전모드로 운행하면서 81분 만에 통신을 재개하였다. 시스템 복구를 위해 지구에서 보낸 명령어가 뉴호라이즌스에 도착하는 데 4시간 반, 뉴호라이즌스가 보낸 답장이 지구에 도착하는 데 다시 4시간 반이 걸리는 상태에서 과학자들은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탐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뉴호라이즌스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7월14일 오후 8시50분께에 명왕성에서 가장 가까운, 약 1만2500㎞의 거리를 초속 14㎞ 정도의 속도로 지나갔다. 이 순간 약 48시간 동안 얻은 자료가 이번 탐사의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명왕성을 향해 9년 반이나 날아간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 주위를 돌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하기 때문이다.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다가가는 이 기간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많은 망원경들이 동시에 명왕성을 향하게 된다. 인류 역사상 그리고 앞으로 최소한 수십 년 동안 명왕성에 대한 가장 많은 자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명왕성을 스쳐 지나간 뉴호라이즌스는 태양계의 미지의 세계, '제3의 지대'라고 불리는 카이퍼 벨트를 향해 탐사 비행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카이퍼 벨트는 명왕성을 포함한 태양계의 외곽에 주로 물과 얼음으로 된 작은 천체들이 원반 모양으로 분포하고 있는 곳으로 핼리 혜성과 같은 단주기 혜성들의 고향이다. 명왕성과 카이퍼 벨트의 천체들은 태양계 형성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뉴호라이즌스의 탐사는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푸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다.
올해는 1930년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한 지 85년이 되는 해로 뉴호라이즌스에는 그의 유해의 일부가 실려 있다. 그리고 뉴호라이즌스에는 발사 장소인 플로리다주와 탐사선 개발 및 관제 장소인 메릴랜드주의 지도가 각각 새겨진 25센트짜리 동전 두 개도 함께 실려 있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에 기반 하여, 죽은 톰보가 저승의 신 명왕성(플루토)을 무사히 만나기 위해서 명왕성의 위성인 뱃사공 카론에게 뱃삯을 지불한다는 이야기로 구성한 것이다. 이 세계를 떠나 새로운 세계로 무사히 진입한 뉴호라이즌스가 이름 그대로 우주 탐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히길 기대한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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