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빅뱅으로 탄생해 지금까지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우주는커녕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 가질 여유 찾기가 힘든 세상에서 우주가 어떻게 태어났고 그것이 팽창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주와 자신의 기원에 대한 궁금증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가져왔던 본성이며 아마도 인류가 오늘날에 이르게 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원동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1929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멀리 있는 은하가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알아낸 것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우주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말이니까 과거에는 우주의 크기가 더 작았다는 의미가 된다. 점점 과거로 갈수록 우주의 크기가 점점 더 작아진다면 언젠가는 우주의 크기가 0이 되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우주가 무한히 작은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빅뱅 이론도 우주가 팽창한다는 발견에 기반해 나온 것이다. 1940년대에 등장한 빅뱅 이론은 1964년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우주론의 정설이 됐다.
우주의 크기가 과거에는 작았다가 팽창해 점점 커지고 있다면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주가 어떻게 팽창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멀리 있는 은하들의 거리와 팽창 속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우리 우주가 점점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발견 이전에는 우주가 팽창을 하긴 하지만 우주에 있는 물질들의 중력 때문에 팽창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멀리 있는 은하들의 팽창 속도를 조사한 천문학자들도 사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얼마나 느려지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조사를 시작한 것이었는데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과학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면서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당황하면서도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새로운 발견으로 이끌어 낸다. 사물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기초해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기본적인 자세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새로운 발견으로 우리는 우주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있게 됐다. 우주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영원히 팽창을 계속할 것이다. 우주의 미래를 알 수 있게 해준 새로운 발견을 이뤄낸 사람들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 이외에 다른 은하들이 존재하는지조차도 알지 못했던 우리가 지금은 우주에 1000억 개가 넘는 은하가 있고 그 은하들이 138억년 전에는 모두 한 점에 모여 있었으며 지금은 우주 전체가 팽창해 계속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아직 모른다. 어쩌면 과거 프톨레마이오스가 행성들의 움직임을 천동설에 끼워 맞추기 위해 주전원을 도입한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가장 엄격하면서도 가장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주 가속팽창을 발견한 것도 과학자들이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관측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만일 어떤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서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를 모두 설명해 준다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전혀 거리낌 없이 그 이론을 받아들일 것이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이들의 정체가 밝혀져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해서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여전히 그런 것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