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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의 맨해튼 리포트] 美 말단 공무원, 大法에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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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지난 6월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 같았던 미국의 동성결혼 허용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꺼진 줄 알았던 불씨를 '자발적 감옥행'을 통해 다시 살려낸 장본인은 켄터키주(州) 로완 카운티에서 서기로 일하는 킴 데이비스(49)다. 데이비스는 부동산 서류, 결혼허가서 등 민원 서류를 발급해주는 민원 창구 담당자다.


발단은 데이비스가 동성결혼을 신고하려는 커플에게 결혼허가서 발급을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결혼 신고를 하려던 커플은 이에 반발, 취재진까지 동원해 데이비스에게 결혼허가서 발급을 요구했다. 이들은 동성 커플도 이성 커플과 같은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데이비스를 거세게 압박했다. 데이비스는 TV 카메라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법적으로 그렇게 돼 있더라도 내 종교적 신념 때문에 동성 커플에게 법적 허가서를 내줄 수 없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 장면이 처음 소개될 때만 해도 보수적 분위기의 남부 소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26일 미 전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수십 년간의 논쟁과 투쟁의 결과로 미국에선 동성결혼 합법화가 점차 대세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었다. 이미 워싱턴DC와 매사추세츠 등 36개 주에선 동성 커플에게 이성 커플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허용했다. 다만 텍사스주 등 남부를 중심으로 14개주는 여전히 주 정부의 고유권한을 내세워 동성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이들 14개 주도 동성 커플을 허용한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당시 대법원의 결정은 동성결혼 반대의 마지막 저항선을 무너뜨린 판결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동성결혼 허용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대법원 판결마저도 독실한 보수파 기독교 신자인 데이비스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었다. 데이비스는 이후 동성 커플은 물론 이성 커플에 대한 결혼허가서 발급도 전면 거부했다. 자신의 신앙적 자유를 구속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볼복종 저항에 나선 셈이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으로 넘겨졌다. 당연히 법원은 동성 커플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들은 데이비스에게 대법원의 결정을 따라 동성결혼허가서를 발급하라고 지시했다. 개인의 종교와 양심을 내세운 자연법으로 실정법을 무력화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도 데이비스는 판사를 향해 "나는 절대로 동성 커플에게 허가서를 내줄 수 없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다.


결국 지난 3일 이 사건을 담당한 데이비드 버닝 판사는 법원 지시 거부를 문제 삼아 데이비스를 '법정 모독죄'로 법정 구속했다. 버닝 판사는 동성 커플에 대한 결혼증명서 발급을 약속하면 언제든 석방하겠다고 단서를 붙였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결혼은 이성 간의 결합이라는 종교적 믿음을 포기하느니 감옥을 택하겠다며 요지부동이다. 데이비스가 구속되자 그의 업무를 대신 맡은 직원들은 동성 커플에게도 결혼허가서를 정상적으로 발급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비스의 법정 구속으로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다. 로완 카운티 청사 앞에선 연일 데이비스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람보다 하나님을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리로다(사도행전 5장 29절)'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나왔다.


미국 사회는 데이비스의 볼복종과 저항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도 동성결혼 허용에 대한 저항감이 강한 앨라배마주 등에서도 언제든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목했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정치권도 상황을 증폭시키고 있다. 목청을 높이고 있는 쪽은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다. 현재 17명의 공화당 잠룡 중에서 동성결혼 자체에 찬성하는 후보는 한 명도 없다. 보수 표심을 겨냥한 후보들의 데이비스 지지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는 여성 기독교 신자를 구속했다"면서 "이런 것은 미국다운 것이 아니다"고 목청을 높였고 다른 후보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다만 공화당 내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데이비스의 구속에는 반대하지만 동성결혼 허용은 이제 미국의 법이 됐으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한발 물러섰다.


한편 민주당의 유력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결혼 평등권은 우리나라의 실정법이다. 공무원들은 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데이비스를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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