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남성훈·조경환 이어 원로배우 김상순씨 폐암으로 별세
1970-80년대 국민드라마서 활약...반장역 최불암씨 "홀로 남아 마음 아파"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MBC 드라마 '수사반장'은 한국형 수사드라마의 원조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18년6개월 간 방송되며 사회고발 소재에 권선징악의 테마를 부각시켰는데 재미와 범죄예방효과는 물론 시민의 고발정신까지 고취했다. 권위와 부조리의 표상처럼 인식돼온 경찰상도 사회악제거와 안녕질서를 유지시키는 민중의 지팡이로 바꿔놓았다. 경찰 총각들 사이에서 "장가들기 편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강한 리더십으로 미궁의 사건을 해결한 박반장 역의 최불암 씨(75)는 '국민스타'로 부상했다. 육감과 시민제보에 의존한 '된장수사'로 신선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피의자마저도 따뜻하게 대하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에 '큰형님'과 같은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정의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사건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와 경찰의 도움으로 도둑과 강도 상당수를 검거한 건 유명한 일화다.
세월이 흘러 펄럭이던 회색 바바리코트에는 쓸쓸한 기운만 남았다. 드라마에서 함께 범인을 검거하던 수사반 형사들이 모두 곁을 떠났다. 운동신경이 빼어났던 남형사 역의 남성훈 씨(본명 권성준)는 2002년 지병인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으로 별세했다. 큰 덩치에 까칠한 성격으로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던 조형사 역의 조경환 씨는 2012년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수사반 내 최고참으로 동료들의 고충을 들어주던 김형사 역의 김상순 씨마저 폐암으로 투병하다 25일 향년 78세로 눈을 감았다.
1954년 연극 무대를 통해 배우의 길로 들어선 고인은 1961년 라디오 성우 연기자를 거쳐 1963년 KBS 공채 탤런트 3기로 뽑히며 방송 생활을 시작했다. '수사반장'에서 현실적이면서 인간적인 형사 연기를 펼쳐 많은 사랑을 얻었고 '행복을 팝니다(1978)', '애처일기(1984)', '갯마을(1985)',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1990)', '제국의 아침(2002)' 등의 많은 드라마와 '탈출(1975)',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78)'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최근작은 연내 개봉 예정인 영화 'JSA 남북공동초등학교'다.
동료들을 모두 떠나보낸 최불암은 "홀로 살아있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김상순은 '수사반장'의 김형사처럼 아름다운 친구였다. 성실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후배들에게 늘 모범이 됐다. 가족에게도 헌신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여줬던 그만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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