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창출 급하지만 건설 뺀 나머지부문 개편효과 적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손선희 기자] 출범을 보름여 앞둔 통합 삼성물산이 향후 시너지를 창출을 위한 조직개편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통합 삼성물산은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고, 통합 후 조직개편을 통해 건설 등 중복되는 조직을 정리해 낭비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워낙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합친 만큼, 건설부문 외에는 특별히 쪼개거나 붙일 만한 사업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조직개편을 통한 시너지를 단기간에 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통합 삼성물산은 당분간 4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면서 '한 지붕 네 가족' 형태로 사업 부문을 운영할 방침이다. 통합 법인은 삼성물산의 건설, 상사부문과 옛 제일모직의 리조트ㆍ건설, 패션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로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건설 부문의 자재구입 부서를 하나로 합치거나 자금운용 부서를 통합하는 방안, 삼성그룹 계열사 곳곳에 흩어진 건설부문을 통합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그러나 건설 외에 다른 부분은 합병하거나 조직개편을 할 여지가 적다. 워낙 다른 사업들을 합친 만큼, 조직을 합친다고 해서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양사는 '빠른 합병'만이 최근 실적이 악화된 삼성물산을 키우는 길이라는 것을 합병 전부터 강조했다. 실적으로 합병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보여주기 식'의 불필요한 조직감축을 할 수도 없는 문제다. 인위적인 조직개편에는 구조조정이 따르는데,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임직원들은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설이 돌면서 위축돼 있다. 연말까지 구조조정설이 이어질 경우 회사로서는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합병 후 시너지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은 결국 주가 때문이다. 최근 삼성물산 주가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장중 5만원을 밑돌았다. 삼성물산 주가가 장중 5만원 이하로 떨어진 건 최근 5년간 처음이다. 합병 후 제일모직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 2020년 연 매출 60조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연일 주식을 팔고 있다.
합병 후 실적이 제자리였던 경험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도 삼성물산을 고민하게 하는 이유다. 삼성SDI는 지난해 7월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합병했지만 1년째 실적이 제자리 걸음이다. 사업별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기존 소재와 에너지 2부문 체제에서 소형전지ㆍ중대형전지ㆍ케미칼ㆍ전자재료의 4개 사업부 체제로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화학적인 시너지를 낼 만한 방안은 없어 합병 전과 크게 다를 만한 여지가 없었다는 평가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바이오, 태양광 등 신수종 사업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이와 연관된다. 합병으로 단기적인 시너지는 어려우나 성과는 내야 하는 만큼, 새로운 사업을 키워 실적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내부관계자는 "삼성물산 내부에서조차 합병이 안 되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굴더니 결국 합병 뒤에도 삼성물산은 그대로인 셈 아니냐"며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통합 삼성물산은 9월4일 신규법인 등록을 통해 공식 출범한다. 이에 앞서 9월2일에는 대표이사 선임 등 이사회를 열고 같은 달 14일에는 '통합 삼성물산' 신주를 배포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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