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의 TV플레이 폭발력, 처음엔 먹혔는데 일본말로만 대화해 부정적 인식 확산
"한국 롯데 경영자격 있나 지적"…비판 일자 다시 TV 나와 "국민 여러분, 재손(죄송)하무니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귀국 후 벌인 일련의 언론플레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자충수가 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발생한 지 이틀만인 지난달 29일 귀국한 이후 지난 2일까지 국내서 지상파를 중심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및 한국임원에 대한 해임지시서를 공개하기 시작해 신 총괄회장과의 육성대화록과 동영상 등을 잇달아 흘렸다. 신 회장이 일본에 남아 우호세력을 결집하는 데 주력한 것과 달리 부친인 신 총괄회장과 국내에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 전 부회장은 2일 민영방송 SBS와 인터뷰를 통해 세간에 건강이상설이 나돌던 신 총괄회장이 직접 신 회장을 (한국 롯데 회장ㆍ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 임명한 적이 없다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공영방송 KBS과 직접 인터뷰를 한 이후 차남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한 적이 없고 자신을 한일 롯데회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를 공개했다.
또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은 신 총괄회장과의 대화 육성도 이날 내놨다. 신 전 부회장은 이같은 문건과 내용을 모두 KBS와 SBS 등 공중파에만 넘겼다. 일본에서 유력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와만 인터뷰를 한 것과 다른 행보다.
그가 지상파를 선택한 데에는 대중에 미치는 파급력을 최우선 고려한 것이며 신문이나 종편 등과 달리 객관성과 중립성이 어느 정도 담보됐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 자신은 물론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영상과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여론의 흐름을 자신에 유리하게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반에 유리하게 조성된 여론의 흐름은 시간이 흐르면서 불리하게 돌아갔다. 100% 일본어로 진행된 신 전 부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시켰다. '한국 롯데그룹을 경영하려는 사람이 우리말을 한 마디도 못해 실망'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신 총괄회장과 장남의 대화도 일본어로만 이뤄졌다. 이들은 대화에서 히로유키(신동주), 아키오(신동빈), 시게미츠(신격호)로 불려졌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로 무늬만 한국기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100% 일본어 대화는 롯데=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입히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어를 못하는데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어로 "국민 여러분 재손하무니다.(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1988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2세들은 모두 일본 국적을 갖고 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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