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前 부회장, 지나친 여론전으로 오히려 거부감 사
신동빈 회장, 아버지 내친 '패륜아' 이미지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이상설' 발목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신동주ㆍ동빈 형제의 난에서 신격호ㆍ동빈 부자 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롯데그룹 세부자가 모두 경영권 사수와 탈환을 위해 진흙탕싸움에 나서면서 재계 서울 5위 그룹을 이끌어온 세 부자의 민낯과 함께 아킬레스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승자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공중파를 통해 여론몰이를 펼쳤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일본어밖에 못한다는 사실이 인터뷰에서 드러나면서 '롯데=일본'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 또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육성음성,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아버지의 뜻'이 본인에게 있음을 각인시키려다 "아버지가 신동빈 회장의 뺨을 때렸다"는 네거티브전술까지 동원해 비난여론에 불을 댕겼다. 국민들에게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면서 SNS 등에 롯데그룹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그가 맡아왔던 일본 롯데 매출이 한국 롯데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도 그룹 후계자 자리를 꿈꾸는 그에게는 치명타가 됐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를 몰아내려 한다는 '패륜아 이미지'가 부담이다.또한 신 전 회장측의 부친 육성과 동영상에 대해서도 고령에 판단력이 흐리다며 반박하는 모습도 여론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신 전 회장측이 부친은 물론이고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에 대해 "롯데그룹에서 한몫 떼가는게 목표"라고 비난하는 것이 신동빈대 반(反)신동빈 구도를 오히려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이다.현재 그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룹 내 영향력이 큰 신 총괄회장이 직접 나서면 상황이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것도 취약점이다.
경영권 분쟁의 열쇠를 쥔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우는 '건강이상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날 공개된 동영상에서 그는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밝혀 건강이상설을 다시 불거지게 했다. 4년전 신 총괄회장이 당시 신동빈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격시키면서 본인은 명예회장 대신, 총괄회장을 하겠다고 언급한 일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한국 '롯데홀딩스'라는 없는 없는 사명까지 사용하며 말실수를 거듭했다. 만약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일본 롯데 이사회 측에서 신빙성 있게 받아들일 경우 지금까지 일본 롯데를 되찾기 위한 신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부회장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또 손가락으로 사람을 해고해온 그의 '제왕적' 면모 역시 재계 전반에서 구시대적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롯데라는 그룹이 소비자들의 성원과 애정에 힘입어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식음료와 제과, 백화점, 마트, 호텔 등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와 여성, 가족의 성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그룹이 오너일가의 사익만을 앞세운 민낯을 드러냈다는 것은 분쟁 이후에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이번 사태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나 내부 문제들, 특히 부정적인 면들을 온 국민이 알게 됐다는 점과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치명타"라며 "롯데 이미지에 더욱 큰 손실을 입히기 전에 후계작업이 빨리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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