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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 롯데가 자초한 反 기업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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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그룹이 공공의 적(敵)이 되는 분위기다. 여기저기서 롯데를 향해 눈을 흘기고 있다. 대중은 '돈'을 둘러싼 집안싸움이 보기 싫고, 국내 재계 5위 기업의 예비(?) 후계자라는 인물이 한국어 몇마디도 못하는 모습도 못마땅 하다. 하다못해 여름휴가 극성수기 와중에 하루가 멀다하고 아수라장이 되는 김포국제공항과 롯데호텔 이용객들도 짜증날 법 하다. 롯데가 인물들을 질타하는 SNS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일에 가장 속이 불편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국내 재벌기업 일가(一家)다. 잊을법했던 '재벌가 집안싸움'이 또 다시 민낯을 드러내면서, 대기업의 폐쇄적 지배구조가 도마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데 왜 항상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느냐는 반(反) 기업정서도 빠르게 확산중이다.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긴 터널을 지난 내수경기가 이제 막 살아나려고 하고, 8.15 광복절 재계 총수사면을 위해 경제단체들이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안팎으로 셈법이 복잡한 때에 롯데가에서 시작된 잡음이 커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롯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간의 싸움은 한국 재벌기업의 부정적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영능력보다는 혈연을 앞세운 후계구도, 외부 의견이 개입할 수 없는 가족중심의 폐쇄적 구조 등등 왕조시대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재계 5위의 대기업이 된 것은 대주주 일가만의 공은 아니다. 제자리에서 역할을 다 한 직원들의 땀이, 롯데라는 기업을 신뢰한 소비자의 주머니 쌈짓돈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대표 유통기업 롯데를 만들었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신동주ㆍ신동빈 형제는 오직 서로의 표정만, 입만 주시하고 있다. 진정한 후계자라면 이제 그 시선을 직원들과 소비자들에게 돌려야 한다. 롯데 일가가 이번 사태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에 롯데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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