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 하는 중" 문자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여객기가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사고를 겪은 정황이 승객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해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뉴스1은 이날 무안공항에서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가족을 기다리던 A씨의 말을 보도했다. 그는 취재진에 “가족으로부터 항공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끝으로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탑승객 B씨는 오전 9시께 A씨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 하는 중”이라고 연락을 남겼다. "언제부터 그랬느냐"는 A씨의 물음에 B씨는 1분 뒤 “방금, 유언해야 하냐”고 문자를 보냈고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새 떼와 충돌 후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이날 사고 당시 공항 인근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정모(50)씨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씨는 일부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 듯 2∼3차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증언했다.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온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국공항공사와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7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활주로로 랜딩기어 없이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났다.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를 지나 공항 구조물과 부딪친 뒤 동체가 파손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항공기는 반파됐다.
동체착륙을 시도한 이유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추정된다. 랜딩기어 고장의 원인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소방 당국은 32대 80명의 소방력을 출동시켜 9시 46분쯤 화재를 초기 진화했다.
사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한국인 승객이 173명, 태국인 승객이 2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전 11시 30분 기준 탑승객 중 47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승객 1명과 승무원 1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기체 앞부분과 중간 탑승객까지 합치면 사상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현장에 사망자 임시안치소를 설치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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