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KCC가 삼성물산 주가하락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매입 시점 기준으로 1600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액을 입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물산은 5만700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보다 1.55%(900원) 하락하면서 결국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5만7234원을 하회했다. 다만, 삼성물산은 다음날 오전 9시30분 현재 전거래일 보다 1.40% 오른 5만7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루만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이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17일 합병주총 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주총 전일 6만9300원까지 치솟았지만 주총 당일 합병 안건이 통과되면서 10.39%나 떨어져 6만2100원에 마감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는 계속돼 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가하락에 누구보다 가슴을 치는 것은 KCC다. KCC는 지난달 10일 종가 7만5000원에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자사주 899만주(5.76%)를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6743억원으로 KCC의 지난해 영업이익 2733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KCC가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찬성한다는 뜻에서다.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지분 싸움에서 삼성물산 편에 선 것인데 그 대가는 결과적으로 '마이너스'였다.
올들어 삼성물산의 종가가 7만원을 넘긴 것은 KCC가 백기사로 등장한 주간의 단 3거래일 뿐이다.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는 계속 내리막이다. 합병주총이 종료된 뒤 주가가 급락해 현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지분 평가액은 28일 종가 기준으로 5124억원까지 떨어졌다. 40일새 평가손실액이 1600억여원이 넘는다.
KCC 입장에선 일반 주주라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손해를 줄일 수 있으나 백기사로 전면에 나선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와서 말을 바꿀 수도 없어서 더 큰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오는 9월1일 합병 기일 전까지 삼성물산 주가가 올라 최대한 손실액을 줄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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