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완성차업계에 르노삼성 무분규타결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완성차업계 임금·단체협상 대부분 부분 파업이나 장기간 대립 등으로 8월이나 늦으면 10월까지 이어졌던 것에 비하면 르노삼성의 무분규·조기타결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많다.
23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회사 대표노조인 르노삼성노조가 전날 임금협상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노조원 93%가 찬성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 16일 ▲기본급 2.3% 인상 ▲생산성 격려금 지급 ▲통상임금 자율합의 ▲ 호봉제 폐지를 통한 인사제도 개편▲임금피크제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도입 ▲대타협 격려금 700만원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르노삼성 노사 양측은 위기에 처한 한국자동차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대타협의 정신으로 협상 시작 한달 만에 단 한번의 파업도 없이,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가장 먼저 성공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급 등에서는 노조가 일부 양보하고 통상임금 등에서는 사측이 배려하면서 무분규 타결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동차 업계 경영난도 조기 타결에 한몫했다"고 전했다.
사측도 무분규 타결이 회사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판매량이 총 11만2992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80.1% 급증했다. 상반기 누적 실적이 10만대를 돌파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6월 판매 실적만 보면 내수 6753대, 수출 1만211대 등 총 1만6964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9% 증가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중형 세단 SM5와 소형 SUV QM3가 선전했고 수출은 닛산 로그가 총 9658대가 수출돼 폭발적인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대타협을 이뤄준 모든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며 이번 대타협을 통해 확립된 노사간의 상호 신뢰는 우리 회사가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 노동조합 간부들과 사원들의 결정을 높이 평가하고 "오늘의 결정이 후회 없는 결정이라는 것을 모든 직원들이 함께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올해 임단협이 끝난 곳은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다른 기업들도 노사가 고질적인 임금 협상 줄다리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세로 타결에 나서고 있다.
한국GM은 사측이 지난 16일 기본급 4만9천575원 인상, 성과급 400만원(연말 지급), 격려금 300만원(타결 즉시 지급)을 노조에 제시했다. 회사 미래발전 전망 관련해 말리부 후속 모델의 부평2공장 생산, 인위적 정리해고 미시행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올해 임금협상을 조속히 종결짓고자 고민 끝에 노조에 전격 사측 안을 제시했다"면서 "노조에서도 심사숙고하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노조가 기본급 11만7985원 인상(기본급 대비 6.79%), 정년 연장, 고용안정 협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금속노조 소속이 아니라 일반 노조라서 타사보다 유연한 분위기라서 이르면 이달 내 타결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조기 타결이 쉽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임시 대의원 대회를 하고 6월 2일 노사 상견례 후 임단협 교섭을 매주 2차례 지속하고 있지만 노사간에 기본급 인상폭과 임금피크제 적용, 통상임금과 임금개편을 연계하는 논의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는 임금 협상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여름휴가(8월 3∼7일) 이후 임금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조기 타결 분위기가 확산하면 예년과 달리 10월 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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