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지난 9일부터 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 방법에 변화가 있다. 훨씬 더 자유롭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투자가 가능해진 점이 핵심이다.
먼저 규제방식이 '포지티브(Positive)'에서 '네거티브(Negaive)'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금융상품을 예·적금, 보험, 국공채 등 몇 가지로 규정해 놓고 규정해 놓은 자산만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는 주식, 사모펀드, 증권예탁증권 등을 투자금지대상으로 정해놓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든 원리금 비보장자산에 대해 투자할 수 있다.
또 퇴직연금 유형 가운데 개인의 책임으로 운용되는 확정기여(DC)형와 개인형퇴직연금(IRP)가 운용할 수 있는 위험자산의 투자한도가 기존 40%에서 70%로 높아졌다.
지난 3월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08조원이다. 이 가운데 92.1%인 99조원이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에 쏠려있다. 실적배당형상품에 대한 투자비중은 6.7%에 그친다. 7조원 정도만이 적극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리금보장상품 중에서는 예적금이 5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보험(37.6%), 기타(9.2%) 순이다.
20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주식형 퇴직연금펀드에 225억원이 몰렸다. 해외주식형펀드에는 444억원이 유입됐다. 두 유형 모두 보름 만에 지난달 유입액인 147억원, 186억원을 웃도는 수준의 돈이 몰렸다.
규제가 풀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적극적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급속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물가상승률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퇴직연금펀드 자산의 70% 정도를 채권혼합형펀드가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주식형펀드 편입 비율이 자연스럽게 늘어나 적립금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주식형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올 들어 수익률에 20%의 차이가 났다. KB퇴직연금배당자(주식)C의 경우 지난 15일자 기준 수익률이 20.28%인 반면, 미래에셋퇴직플랜KRX100인덱스자 1(주식)종류C-F는 수익률이 0.11%에 그친다.
전체 퇴직연금펀드 가운데서는 주식형인 메리츠코리아퇴직연금자[주식]종류C가 올들어 수익률이 34.13%로 가장 성적이 좋았고, 해외채권형인 KB퇴직연금이머징국공채인컴자[채권]가 마이너스 5.24%로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 격차가 최대 40%에 이르는 셈이다.
조영만 IBK기업은행 퇴직설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의 전체적인 조합은 본인이 퇴직하는 시점, 본인의 투자성향, 나이 등을 고려해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성일 KG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이 70%로 높아진 만큼 위험이 높아졌다는 점 유념해야 한다"며 "반드시 위험을 고려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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