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은행, 적립금 6조2377억원으로 늘었지만
물가상승률 감안땐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직장인의 은퇴 이후 삶의 질을 보장할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수익률은 0%대로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기준금리가 2차례 떨어진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17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NH농협, 우리, 하나, 외환, IBK기업 등 14개 은행의 올 상반기 IRP 적립금은 6조237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863억원이 불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작년 말 1조5911억원에서 1조7390억원으로 1479억원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조2362억원에서 1조3745억원으로 1383억원이 증가했다. 이어 농협은행(739억원), 우리은행(528억원), 하나은행(483억원), 기업은행(423억원) 등의 순으로 적립금이 늘었다.
IRP에 돈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절세 혜택과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은퇴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겹쳤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 연간 400만원이던 세액공제 혜택에 300만원이 추가됐다.
IRP에 이처럼 시중자금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수익률은 바닥을 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중 원리금보장상품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가장 앞선 곳은 대구은행이었는데, 수익률은 0.65%(2분기 수익률)에 그쳤다. 이 은행의 작년 2분기 수익률은 0.81%이었다. 그 뒤를 하나ㆍ외환(0.64%), 산업(0.63%), 기업ㆍ부산ㆍ제주(0.62%), 우리ㆍ국민ㆍ농협ㆍ광주ㆍ경남(0.59%)이 따랐다. 이같은 수익률은 올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 0.7%(전월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인 셈이다.
비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 역시 저조하긴 마찬가지였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부산은행으로, 2.03%에 불과했다.
문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달 1.50%로 또 떨어져 IRP 수익률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IRP 수익률의 하락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 보니 은퇴 후 안정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수익률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면서 "당분간 0%대의 저조한 수익률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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