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혼란 최소화 위해".."입장 명확히 알려야 더 도움 돼"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함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입찰 참여 업체들은 관련 보도나 증권사 보고서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관세청에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선정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내부적으로는 해당 내용을 일절 발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관세청이 최종 심사결과를 발표한 다음이면 몰라도 지금 우리가 이런저런 의견을 전달했다느니 하는 입장을 외부에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신규 면세점 선정 전에 공정위 입장이 드러나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면세점 업계 1위와 2위인 롯데와 호텔신라의 입찰을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의견을 관세청에 전달한 것은 맞다. 실제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해서 불이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라며 "공정위 의견이 면세점 선정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은 정치권의 눈길에서 다소간 벗어나고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5월 호텔신라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의 기업결합 신청을 승인한 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만약 HDC신라가 신규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면 독과점 구조가 심해질 수 있는데도, 이를 걸러내기는커녕 신청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현대아이파크몰은 각자 호텔·면세점업, 건물임대업, 백화점업 분야로 사업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합자회사 설립에 따른 경쟁제한 가능성이 낮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급기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롯데와 호텔신라의 면세점 시장 독과점 문제에 대한 공정위 역할을 강하게 주문했다. 공정위가 시장 실태를 파악해 관세청에 의견을 전달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칼자루를 쥔 것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이슈의 중심에 서서 당황스럽다"며 "사실 공정위 내부에선 사업을 잘해 살아남은 업체들에 '독과점' 굴레를 씌우며 사업자 선정까지 막으려 하는 움직임은 좀 비합리적이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내부 분위기와 관계없이 공정위가 잠행 모드를 이어가자 업계는 타는 속을 애써 억누르고 있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실태 파악 결과 등을 명확하게 알리지 않아 시장 혼란을 더욱 키우는 감이 있다"며 "불확실한 내용의 증권사 보고서나 확인되지 않는 언론 보도 내용에 전전반측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이날 2박3일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서울지역 3곳(대기업 몫 2곳, 중소·중견기업 몫 1곳)과 제주지역 1곳(중소·중견기업 몫) 등 신규 면세점 4곳을 선정하기 위한 심사에 들어갔다. 선정 결과는 심사 마지막 날인 10일 발표한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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