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번호이동, 2005년 4분기 이후 최저
작년부터 급감, 올해엔 700만 안 넘을 듯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올 2ㆍ4분기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7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는 총 152만35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195만3855건보다 22.0%, 전년 동기 213만4283건에 비해 28.6%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05년 4분기(131만8211건) 이후 1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번호이동 건수가 이처럼 크게 감소한 것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시행에 들어간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보조금) 공시를 의무화했다. 또 정부(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금의 상한액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보조금이 투명해지면서 이동통신사간 가입자 쟁탈이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번호이동이 크게 감소했다. 단통법이 이동통신 시장을 10년전으로 되돌린 셈이다.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이통사를 바꿀 수 있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4년 1월 처음 실시됐다. 번호이동제도가 시작된 첫 해에는 한달 번호이동 건수가 20~30만에 불과했으나 이동전화 가입자가 늘고 이통 3사간 가입자 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점점 그 수가 늘기 시작했다. 2009년 6월에는 한달 번호이동이 147만건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기도 했다.
번호이동 건수는 시장 상황이나 정부의 제재에 따라 월별로 들쭉날쭉했으나 연간으로 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는 1000만명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단통법 효과가 나타나면서 2014년에는 865만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번호이동 건수는 347만7355건으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번호이동건수는 700만건이 채 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 시장이 극히 안정 기조에 들어서면서 업계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그동안 과다 지출됐던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이 감소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통신 3사 합산 마케팅비용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8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통법 이후 중저가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U)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점에서 이통사들도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다.
유통업계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최근 성명서에서 "이통사들이 통신사 직영점을 확대하며 중소 유통점들의 폐점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휴대폰 제조사들도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단통법상의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줄 것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건의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 기조를 넘어 침체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동통신 유통을 정상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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