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7일회의 마지막 기회…정상들 여전히 회의적'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7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긴급 정상회의를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기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이에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사태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 메르켈 총리의 첫 반응은 투표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전날 메르켈 총리는 파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는 치프라스 총리에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협상을 시작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에 치프라스 총리로부터 명확한 대안이 제시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 이후 채무탕감 협상을 시작하자며 강력히 촉구했다. '양보냐 강경 노선이냐'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던 메르켈 총리는 새로운 제안이 필요하다며 공을 다시 치프라스 총리에게 넘긴 셈이 됐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상회의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리스는 새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FT는 유로존 정상들이 여전히 회의적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유로존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그리스 국민이 이번 투표에서 구제금융 조건 수용을 거부해 불행히도 그리스와 다른 유로존 국가간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당혹스러운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유로존 내부 조율도 쉽지 않을 듯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로존이 합의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애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과 EU 집행위원회가 신중하게 그리스의 새 제안을 기다리고 있는 반면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은 조속한 협상 타결을 요구해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의 채무탕감 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탓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메르켈 총리보다 화가 더 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이블레 장관이 채무탕감은커녕 그리스 3차 구제금융 제안도 의회에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해법을 모색해볼 수 있는 충분한 신뢰와 정치적 기회가 있는지 찾아볼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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