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대표팀, 프랑스에 0-3 패배
국제대회 데뷔 25년 만에 월드컵 첫 승·16강 쾌거 이뤘지만 인프라·경험 부족 한계 드러내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한계는 분명했다. 그러나 가능성을 보았다.
여자 축구대표팀이 두 번째 월드컵을 네 경기로 마감했다.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0-3으로 졌다. 1승1무1패(승점 4),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으나 FIFA 랭킹 3위 프랑스(한국 18위)와의 격차를 실감했다. 볼 점유율에서 38-62로 밀렸고, 슈팅수는 9-12, 유효슈팅(골대로 향한 슈팅)도 3-5로 뒤졌다.
윤덕여 감독(54)은 박은선(29·로시얀카)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우고, 이금민(21·서울시청)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4-2-3-1 전형을 택했다. 지소연(24·첼시)은 오른쪽 허벅지 근육에 이상이 생겨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전가을(27·현대제철)과 강유미(24·KSPO)가 좌우 날개를 맡고, 중원은 권하늘(27·부산상무)과 조소현(27·현대제철)이 책임졌다. 포백(4-back) 수비는 왼쪽부터 이은미(27), 심서연(26·이상 이천대교), 김도연(27·현대제철), 김수연(26·KSPO)이 자리하고 골문은 김정미(31·현대제철)가 지켰다.
프랑스의 선제골은 전반 4분 만에 나왔다. 카밀 아빌리(31)와 로르 블로(29)의 2대 1 패스를 거쳐 벌칙구역 왼쪽에서 넘어온 패스를 마리-로르 델리(27)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그물을 흔들었다. 4분 뒤에는 엘로디 토미(29)가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유제니 르 소메르(26)와 2대 1 패스를 주고받은 뒤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후반 2분에는 르 소메르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밀어준 공을 로르 델리가 왼발 슛으로 마무리해 승부를 매듭지었다.
8강 문턱에서 도전을 멈췄으나 여자 축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열한 골을 내주고 한 골만 넣은 2003년 미국 대회(3패·예선탈락) 이후 12년 만에 나선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네 골을 넣고 아홉 골을 허용했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18일·2-1 승)에서는 여섯 경기만에 첫 승도 따냈다. 남자 대표팀은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첫 출전한 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8년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여자 대표팀은 1990년 9월 6일 일본과의 친선경기(1-13 패)를 통해 국제무대에 첫 선을 보인 뒤 빠르게 성장했다. 성인대표팀의 활약으로 FIFA가 주관하는 연령별 대회에서 6회 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기록도 세웠다. 앞서 청소년 대표팀이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8강 진출을 시작으로 2010년 FIFA U-20 여자월드컵 3위(독일), U-17 여자월드컵 우승(트리니다드토바고), 2012년 FIFA U-20 여자월드컵 8강(일본), 2014년 FIFA U-20 여자월드컵 8강(캐나다)에 올랐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국내 여자 축구 등록선수는 1765명(2014년 12월 기준). 프랑스(약 8만4000명)는 물론 FIFA 랭킹 1위 독일(26만2220명)이나 아시아의 라이벌 일본(4위·3만243명)에 크게 뒤진다. 강팀들과의 경기 경험도 부족하다. 월드컵을 겨냥해 지난 4월 러시아와 대결한 두 차례 친선경기는 1998년 10월 일본과의 2연전 이후 1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모의고사였다. 윤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선수층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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