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저유가 시대에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주식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유가 하락으로 정부 재정이 줄고 투자가 어려워지자 사우디 정부가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증권거래소(타다울)의 아델 살레 알-감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에게 시장을 개방하는 이유는 사우디 자본시장의 현대화와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 시장에 유동성은 풍부하다며 단순한 자금 조달이 목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알 감디는 지난해 7월 사우디 증권거래소의 CEO가 됐다. 그는 시장 개방을 통해 적극적인 장기 투자자들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알 감디는 "사우디의 회사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기업의 방향성을 마련해줄 수 있는 가치 투자자들를 찾고 있다"며 "이들을 통해 사우디 자본시장이 글로벌 표준에 맞춰 발전하고 기업지배구조, 투자자 관계, 발행자 정보 공개, 상장사 분석 등에서도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은 약 5500억달러로 아랍권 국가 중 최대를 자랑한다. 다른 걸프협력회의(GCC) 5개국 시장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사우디 거래소에는 15개 산업군에 약 160개의 기업이 상장해 있다.
전면적인 시장 개방이 이뤄진 첫 날 타다울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6% 하락한 9561.70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연초 대비 상승률은 14.74%를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직접 투자가 가능한 외국인들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투자자들로 한정됐다. GCC 회원국 외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 스왑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투자가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전체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은 전체의 1% 정도에 그쳤다.
티로우 프라이스 아프리카·중동 펀드의 올리버 벨 매니저는 사우디 주식시장 개방이 흥미로운 발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사우디 시장의 하루 거래금액이 40억달러까지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면적인 외국인 직접 투자가 허용됐지만 여전히 여러가지 제한 규정이 존재한다. 일단 사우디 시장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최소 5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5년 이상의 운용 경험이 있어야 한다.
적격외국인투자자(QFI)가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지분 한도는 5%로 제한된다. 복수의 OFI가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지분율은 최대 20%로 제한된다. 다만 사우디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 투자자까지 합칠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최고 49%까지 허용된다.
개별 종목이 아닌 시장 전체의 QFI 지분율 한도는 10%다.
알 감디 CEO는 시장이 발전하면 제한 규정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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