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5일(현지시간) 스위스 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 각료 회담에서 현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저유가 기조가 앞으로 수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과거에는 흔히들 OPEC 회의만 열리면 OPEC가 공급량 제한으로 유가를 높게 유지하지 않을까 우려하곤 했다. 그러나 OPEC의 권력이 극에 달했던 1979년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당시 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은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50%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영국의 유명 석유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지난 2월 "장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1만1340원) 이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대학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 셰일 업계 고사작전으로 저유가 시대가 길어야 18개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저유가 시대가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저금리는 미 셰일 업계에 축복=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가 하락했지만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의 석유 탐사ㆍ생산에 투자하고 싶어한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은 짭짤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 따라서 생산비가 상승하고 유가는 떨어졌으나 셰일 업계의 자금 조달에 별 문제가 없다.
◆사우디는 석유를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어=사우디가 글로벌 석유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과거 사우디는 산유량 조절로 유가와 수익률을 높게 유지했다.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는 정치불안 탓에 석유산업의 고용률을 높게 유지하는 게 정부의 석유 매출을 높게 유지하는 것보다 낫다고 지적했다.
세계 도처에서 석유 생산량이 급증한다는 것은 사우디의 산유량이 과거와 달리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30년 동안 사우디는 품질이 좀 떨어지는 원유에 점차 의존해왔다. 고품질 원유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사우디는 정유 설비 투자를 확대했다. 따라서 유가 하락에도 산유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란산 원유, 글로벌 시장에 곧 쏟아져 나와=미국과 이란 사이에 핵 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가 해제되면 세계의 원유 공급량은 또 늘게 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글로벌 석유 공급량이 하루 100만배럴 추가될 것으로 본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계속 싸지기만=이름 밝히기를 꺼린 사우디의 한 관리는 지난달 13일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자국이 "석유시대를 연장하고 싶어한다"며 "석유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계속 이용되고 사우디는 주요 산유국으로 존속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이 화석연료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석유 수출국들이 이와 맞서려면 석유를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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