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2013년 8월 20일 이후 발행된 CP 판매만 사기죄 인정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사기성 기업어음(CP)·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66)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현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정진석(57) 전 동양증권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을, 김철(39)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현 전 회장에 대해 "수만명의 투자자에게 1조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고 주식 시세조종·횡령도 저질렀다"며 "기업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만큼 이 사태의 총체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지 않은 점은 고려했다"고 지적하고, 일부 사기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현 전 회장의 형량이 5년정도 대폭 감형된 이유는 일부 사기죄에 대한 원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원심은 현 전 회장이 CP 등과 회사채를 4만 명의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함으로써 총 1조 2958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2013년 8월 20일 이후 발행된 CP 판매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재무적 한계상황에 이른 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추진한 구조조정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거나 결과적으로 CP 및 회사채가 상환되지 않았다고 기업 오너에게 사기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현 전 회장은 재판장을 쪽으로 몸을 돌린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이날 417호 대법정에는 '동양 사태' 피해자들이 150석 규모의 좌석을 모두 채웠다. 현 전 회장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자 재판장 투자자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오열했다.
현 전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개인투자자 4만여 명에게 천문학적인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그는 또 6000억원 상당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도 받았다. 작전세력을 동원해 주가 조작으로 수백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5월 추가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음에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피해 회복 노력을 하지 않아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