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 시장 선거캠프 비밀조직 운영 관여 의혹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지난 대선 때 서병수 부산시장(63ㆍ당시 선거대책위 당무조정본부장)이 관여한 박근혜 대통령(당시 후보)의 비밀 선거 조직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맞물려 성완종 전 회장이 서 시장에게 준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ㆍ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해 궤도에 오른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방향타를 조정할지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부동산 사업가 정모씨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냈다.
정씨는 탄원서에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활동 기간에 짧게는 2~3달부터 길게는 2년여 이상까지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의 선거운동에 오피스텔 10채 이상을 무상으로 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무실에 계셨던 분들 중에는 현재 정부와 관련된 기관을 비롯 모처에서 주요 활동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성기철 포럼동서남북 회장, 서병수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 이덕훈 서강금융인모임 회장(현 수출입은행장) 등"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활용도가 높은 오피스텔 10여채 이상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지원해주었건만 지금 제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비용으로 추산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선거가 끝난 후 사람에 대한 실망감은 금전적으로는 환산될 수 없는 큰 상처를 제게 남겼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신고한 선거사무소외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사적조직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불법이다.
정씨의 주장은 판결문을 통해 일부 사실로 드러난다. 2013년 10월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성기철 회장등에 대한 선거법 위반 판결에서 "(피고들은) 2012년 6월경 에스트레뉴 빌딩 1601호를 임차하여 사용하고, 2012년 8월경 위 에스트레뉴 빌딩 21층을 임차하여 2103호를 서강바른포럼 사무실로, 2104호를 SNS 교육장 및 회의장 등으로 활용하는 등 2012년 8월경부터 2012년 12월19일경까지 사무실을 사용하였다"고 언급했다.
이에 성완종 전 회장이 사망하며 서 시장에게 2억을 줬다고 메모를 남긴 기록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성완종 전 회장이 서 시장에게 돈을 줬다면 이 자금이 대선 비밀조직 운영에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캠프 관계자 K씨는 시사저널에 "서병수 (당시) 본부장이 에스트레뉴 빌딩 선거 캠프를 총괄했다"면서 "박 후보를 위한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판결문에서는 성기철 회장 등이 선거자금 모금 홍보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 관련 의혹이 제기되며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성 전 회장이 직접 제기한 홍문종 의원의 수뢰 의혹과 더불어 서 시장의 의혹 모두가 대선자금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는 수사 논리대로 진행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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