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성완종 사태 한국 정치 민낯]쪼개고 숨기고 합법적 '뇌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9초

'성완종 리스트가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전방위적 로비 행태가 밝혀지며 정치 후원금ㆍ상임위 활동 등 정치권의 '어두운 거래'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본지는 4회에 걸쳐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정치 후원금 합법적인 내에서 '편법' 기승
-쪼개고, 감추고…성완종 사건 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 때도 드러나
-선관위 개정 방안 검토, 국회에도 기부자 신원 강화하는 법 발의돼 있어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현행법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금을 받을 경우 기부자의 명단이 공개된다. 신원을 공개해 정치인과 후원자의 관계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수십억원의 정치후원금을 살포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흔적은 기부자 명단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쪼개지고 감춰지는 '검은 후원금'의 실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 연간 모금 한도는 1억5000만원이며, 개인이 해당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기부할 경우 300만원이 초과되면 중앙선거관리원회에서 신원을 공개한다. 정치활동에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에게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정경유착 등 '뒷돈'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합법적인 방법 내에서도 은밀한 거래는 이뤄진다. 명단에 드러나지 않게 300만원 미만으로 액수를 쪼개거나, 가명 기부를 통해 흔적을 없애는 것이다.


선관위의 연간 300만원 초과 고액 기부자 명단을 살펴보면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치인 후원자 내역에는 성 전 회장의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성 전 회장은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300만원 미만으로 액수를 쪼개서 내거나, 타인 명의로 후원금을 기부했다. 합법적인 방법 내에서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감춘 것이다. 실제로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경우 지난 2013년 성 전 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으나, 그 당시 선관위 공개 자료에는 흔적이 없다. 박 의원은 성 전 회장이 두 명의 다른 사람 이름으로 300만원과 200만원으로 후원금을 보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때도 정치권의 '쪼개기 후원금' 관행이 논란이 됐었다. 해운업체들이 후원금을 쪼개기 방식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일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었다.


타인 명의나 가명으로 전달되는 후원금 실태도 심각하다.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의 후원금 공개 명단을 보면 성 전 회장의 흔적은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후원자들의 직업이 '자영업', '회사원' 등으로 모호하게 기재돼 있다. 후원금의 '진짜 전달자'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이다. 연간 300만원 초과 후원자 명단을 살펴본 결과 신원이 모호한 비중은 반 이상이 넘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300만원 미만으로 후원금을 쪼개서 낼 경우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타인이나 가명으로 후원금을 지급할 때도, 그 사람도 후원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경우 적발이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타인 명의로 적발되면 그 순간 국고 귀속이 가능하지만, 증명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도 "후원금이 들어왔을 때 기부자의 신원을 일일이 파악해 보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성완종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안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인적사항이 기재되지 않거나 부실 기재된 경우도 국고 귀속하는 것이다. 정치권에도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김민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고액기부자의 신원이 모호할 경우 익명기부로 보고 국고에 귀속시키게 했다. 정치개혁특위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성완종 사건의 파급이 워낙 커서 정개특위에서도 당연히 논의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쪼개기 후원금은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대가성이 없다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