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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팔라지는 엔저, 비명 커진 韓기업 vs 웃음 많아진 日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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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팔라지는 엔저, 비명 커진 韓기업 vs 웃음 많아진 日기업 <자료=자동차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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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원·엔 환율이 7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찍으면서 한국 수출에도 적신호가 커졌다. 원·엔 환율급락은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의미다. 이는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안 그래도 부진한 수출 전선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엔저의 위기를 기회로 삼자면서 엔저 활용대책을 내놓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비명만 커지고 있다.


23일 주요 기관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원·엔환율이 900원대로 하락하면 연평균 총수출은 4∼8%까지 줄고 수출기업의 영업익은 3% 이상 감소한다. 엔저로 현재보다 수출이 악화되면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락하게 된다.

◆100엔=900원 하회 시 수출 최대 8%줄고 영업익 3%이상 감소


원·엔 환율 급락은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과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수출경합도란 양국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출경합도가 0.5이면 양국 수출품 구성이 50% 유사하다는 뜻이다. 한일 수출경합도는 2008년 0.446, 2013년 0.501 등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무역협회 조사에서도 양국의 주요 50대 수출 품목 중 중복 수가 2000년 10개에서 2012년 현재 26개로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LCD, 석유, 선박, 자동차 등 수출경합도가 높은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 제품의 일본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대일 수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1분기 중 석유제품(-54.3%), 철강판(-33.1%). 금형(-19.3%), 철강관 및 철강선(-19.0%), 정밀화학원료(-17.8%), 합성수지(-17.6%) 등의 수출이 크게 줄었다.
반면 합금철 선철 및 고철(-46.7%), 석유화학중간원료(-26.9%), 철강판(-24.0%) 등의 수입 감소가 두드러졌다.


한일 간 교역도 줄어들 전망이다. 양국간 교역액은 지난해 859억5200만달러로 전년보다 9.2% 줄었다. 2011년 역대 최대인 1080억달러를 기록한 후 3년째 감소했다. 오세환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현재 양국 교역의 가장 큰 변수는 환율"이라며 "엔저 현상이 올 들어 더욱 심화되는 추세여서 교역액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日과 경합하는 차부품 IT 선박 유화 등 직격탄 우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국내 수출 기업 453개(대기업 126곳, 중소·중견기업 327곳)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10곳 중 3곳(32.2%)이 원·엔 환율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100엔당 원화 환율이 2014년 연평균 996원에서 2015년 900원으로 약 10% 하락한다면 수출액은 평균 4.6%, 영업이익은 평균 3.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별 수출액으로는 일본과 수출 경합이 높은 기계류(8.7% 감소)와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문화콘텐츠(6.7% 감소), 석유화학(6.3% 감소), 선박(4.7% 감소)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원·엔 환율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 원·달러 환율변동에 영향을 받는 기업보다 적어 달러 강세가 동시에 발생하면 엔화 약세 효과가 상쇄될 것으로 예측됐다.

가팔라지는 엔저, 비명 커진 韓기업 vs 웃음 많아진 日기업 도요타 츠츠미공장 직원들이 공정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기업들 "장사도 안되는데 엔저 악재에 비상"


엔저 공습에 경기침체 지속 등으로 매출과 수익감소를 겪는 기업들은 울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속보)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주권 상장법인 1536개사·비상장 주요법인 195개사)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0.7% 증가에서 2014년 1.5% 감소로 전환했다. 매출액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1% 감소를 나타낸 이후 5년 만이다.


기업들의 매출액이 감소로 전환한 것은 수출가격 하락의 영향이 가장 컸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2013년 달러당 1,095원 선에서 지난해 1,053원으로 떨어진 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겹쳐 수출물가가 6.0%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당 기업 가운데 수출 대기업의 매출 비중이 큰 현실에서 수출 물량 자체는 줄지 않거나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매출액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 업체들은 엔저를 무기로 해외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계 자동차 1위인 도요타는 올해 1분기 미국 판매량이 10.5% 늘면서 미국 점유율이 1년 전 13.9%에서 14.6%로 높아졌다. 현대기아차는 1분기 미국 판매량이 6.9% 증가하면서 점유율은 7.8%에서 7.9%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내부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130엔대까지 내려가는 초엔저 시대가 201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불황으로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도 엔저의 부담이 작지 않다. 반면 전자 업종은 삼성·LG전자가 주요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의 격차를 상당히 벌린 덕분에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내수 엔저영향 적지만 반사이익 기대도 없어


내수기업들도 당장에 큰 영향을 예상하지는 않으면서도 원·엔 환율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본인 매출 구성비가 외국인의 2~4%밖에 안 되고 외국인 매출 90%가 중국에 의해 이뤄진다"며 "중국인 관광객 변동에 따른 영향은 있을 수 있어도 일본 관광객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본 관광객 비중이 낮고 일본 브랜드도 거래할 때 엔화가 아닌 달러로 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매출에 끼치는 영향이 많은 화장품업계는 관광객 감소에 따른 판매량 감소 차원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지 오래된 데다 그 부분을 중국인들이 충분히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거나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고 있는 분위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선 수출 기업 입장에서 아무래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고 그 여파로 결국 내수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한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어 걱정"이라며 "그 손해를 내수시장에서 만회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백화점 등 일부 일본 고가제품이나 수입차 등을 사려는 수요가 늘 수도 있지만 요즘은 지갑을 잘 열지 않고 있고, 일부 제품에 국한될 것이라 전체 내수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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