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세월호 1주기인 16일 중남미 순방길에 오르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및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지 관심이다.
일단 13일 월요일부터 16일 출국까지 박 대통령이 통상 현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등 일정은 잡힌 게 없다. 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14일에는 헝가리 및 에티오피아와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15일은 현재까지 공식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세월호참사 1주기와 관련해선 16일 출국에 앞서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일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청와대가 밝힌 만큼, 특정 장소를 방문하거나 유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등 형식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가적 애도의 날에 해외순방을 떠나야 하는 불가피성도 이 기회를 통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는 16일 출국이 세월호참사 애도 분위기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제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의견을 피력할 적당한 기회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선자금 이슈로 번진 이번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흐르고 있지만 13~14일 외교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현안에 대해 언급할 기회를 갖는 것도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16일 출국해버린다면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일단 출국이 이루어지면 순방 일정 12일간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방치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발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서라도 출국 전 의견 표명은 불가피해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의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여론은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태다. 돈을 줬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와 인터뷰 내용이 매우 구체적인 데다, 선거를 앞두고 자금이 필요했을 박근혜캠프 실세들의 당시 입장을 고려하면 정황적으로 금품수수 사실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시중의 여론이기 때문이다.
한편 박 대통령이 대변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지만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것 외 별다른 국면돌파용 카드가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자칫 이 같은 의견 표명 형식이나 내용에서 논란을 회피하거나 의혹 속 친박 인사들을 감싸려는 뉘앙스를 국민이 감지하게 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될 수 있다. 앞으로 3~4일 간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떤 대응전략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논란의 향배는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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