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닛케이 상승' 공식 깨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엔화 약세=증시 랠리'가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미국 CNBC 방송은 그러나 이같은 공식이 올해는 들어맞지 않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엔화와 증시간 동조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이후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 놓은 뒤 통화 가치 하락과 증시 상승의 상관관계가 강화됐다.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엔화는 달러 대비 45% 떨어졌고 닛케이 지수는 10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올 들어 엔화 가치에 큰 변화가 없지만 닛케이는 랠리를 이어가면서 양자간 디커플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는 현재 달러당 119.75엔으로 연초와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닛케이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7% 넘게 뛰었다. 이는 미국·중국 등 주요국 증시 상승률을 모두 웃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엔저에 제동이 걸렸지만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는 이유로 연기금 등 큰 손 투자금의 증시 유입을 꼽는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면서 자국 주식 비중을 지난해 10월 8%에서 최근 25%로 대폭 늘렸다. GPIF가 주식 비중을 1%포인트 올릴 때마다 일본 증시로 1조엔(약 9조1589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흘러들어온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본국가공무원공제조합 등 다른 연기금들 역시 잇따라 국내 증시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최소한 수천억 달러가 더 일본 증시로 더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업들의 배당 및 자사주매입이 늘어나는 것도 증시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다. 닛케이 상장 기업들의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순익은 1년 전보다 15% 늘어난 21조60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일본 기업들의 순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적 호조는 주주가치 확대로 이어진다. 일본 정부가 기업들이 쌓아놓은 현금을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도 자사주매입, 배당금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실적 호조와 투자금 유입세로 당분간 일본 증시의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중반으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상은 일본 증시의 상승세를 멈출 수 있는 요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