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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14-① 3시간의 짧은 점심, 서로 하겠다고 경매까지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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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14. 세상에서 가장 비싼 버핏과의 점심식사

아내 수전의 아이디어로 2000년부터 시작
최고 낙찰가는 2012년 37억9000만원
수익금은 아내가 봉사한 재단에 전액기부


2010·2011년 연속으로 낙찰 받은 웨슐러
버크셔 해서웨이 합류, 후계자 지목되기도

[왜 지금 버핏인가]14-① 3시간의 짧은 점심, 서로 하겠다고 경매까지 하는 이유 워런 버핏 점심 자선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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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한 끼에 23억원. 믿기 힘들지만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수십억 원의 점심은 의외로 단출하다. 최상급 재료도, 고급스러운 분위도 없다. 흔한 메뉴인 스테이크다. 이 평범한 식사의 가치를 수십억 원으로 끌어올리는 주인공은 바로 워런 버핏. 15년째 사람들은 그와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거액을 내놓는다. 사람들이 수십억 원을 주고 버핏과 함께 먹는 스테이크는 단순한 고기 덩어리가 아니다. 돈이 많기로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버핏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이들은 왜 버핏의 3시간에 수십억 원을 기꺼이 내놓을까.

◆버핏의 시간을 팝니다= 버핏이 파는 것은 그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점심 식사권'이다. 버핏은 2000년부터 이 식사권을 팔기 시작해 지난해 15회째를 맞았다. 2003년부터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한 번 열리는 버핏과의 점심 자선 경매는 버핏의 아내 수전 버핏(수지ㆍ1932~2004)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경매에는 소득과 성별, 종교, 정치적 신념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경매를 따낸 사람은 최대 7명의 지인들과 함께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식당인 '스미스앤드월런스키'에서 버핏과 약 3시간 동안 점심을 먹는다. 낙찰자가 원하는 경우 다른 곳에서의 식사도 가능하다. 점심 식사 시간 동안 낙찰자는 버핏에게 '다음에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만 빼고는 그의 투자 철학과 자선, 그리고 상속에 대한 생각, 가족 이야기 등 무엇이든지 물어볼 수 있다.


경매 수익금은 수지가 생전 자원봉사를 했던 '글라이드 파운데이션'에 전액 기부된다. 이 재단은 샌프란시스코의 열악한 도시환경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을 돕고 있다. 버핏은 평소 이 재단에 대해 "글라이드 재단보다 돈을 더 잘 쓰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며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2만5000달러(약 2700만원)로 시작한 버핏과의 점심 식사 가격은 2012년 최고 금액인 346만달러(약 37억9000만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글라이드 재단에 따르면 2013년까지 14번의 점심 자선 경매를 통해 1600만달러(약 175억2000만원)가 모였다.


이 값비싼 점심은 '버핏과 점심을 먹는다'는 그 자체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지난해 경매를 앞두고 버핏은 "올해 사전 입찰자격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을 살펴본 결과 올해 낙찰가가 2013년 낙찰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신과의 점심 한 끼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쓰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로 지난해 6월1일부터 6일까지 열린 경매 낙찰액은 217만달러(약 23억8000만원)로 100만달러(약 11억원)에 낙찰된 2013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왜 지금 버핏인가]14-① 3시간의 짧은 점심, 서로 하겠다고 경매까지 하는 이유 '버핏 점심' 자선경매 낙찰금액.


◆밥 한 끼 그 이상의 가치= 지난해 버핏과의 점심 식사권을 따낸 행운아는 싱가포르의 한 기업인이었다. 이 낙찰자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싱가포르 출신이며 이름이 '앤디 추아(Andy Chua)'라는 정도뿐이다. 글라이드 재단은 '낙찰자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대신 전했다.


버핏과의 자선 점심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갑부 혹은 전문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낙찰자의 신분도 보통 비밀에 부친다. 한 끼에 346만달러로 지금까지 가장 비싼 가격에 버핏과의 점심 경매를 따낸 2012년 낙찰자도 펀드매니저라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경매 낙찰자 이름이 처음으로 공개됐던 해는 2003년이다. 당시 낙찰자는 헤지펀드업계의 거물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이다. 그는 2003년 2만5000달러보다 10배 많은 25만100만달러를 내고 버핏과 점심을 먹었다.


이후 자산운용사를 운영하던 테드 웨슐러는 262만달러를 써내 2010년과 2011년 연속 버핏과 점심 식사권을 낙찰받았다. 그는 두 번의 버핏과의 점심에 총 524만달러(약 57억4000만원)를 썼다. 무명의 펀드매니저 웨슐러는 '통 큰 점심'의 주인공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버핏과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버핏의 눈에 든 웨슐러는 2012년 버크셔 해서웨이에 합류했다. 웨슐러의 깜짝 발탁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웨슐러는 버핏처럼 단타매매보다 장기 가치투자를 선호하고, 대규모 인력을 거느리기보다는 검소하게 사무실을 꾸린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고 평했다.


버핏의 안목은 정확했다. 웨슐러는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S&P500지수와 그리고 '투자 천재' 버핏 자신마저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버핏은 웨슐러의 수익률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2013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웨슐러가 2012년에 S&P500지수를 두 자릿수 웃도는 수익률을 올렸다"고 말했다. 2013년 S&P500지수의 수익률은 배당금을 포함해 32%를 기록했다. 이후 웨슐러는 버핏에 이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 후계자로 주목되고 있다.


앞서 중국의 한 펀드매니저는 버핏과의 점심을 이용해 1400만달러(약 153억3000만원)를 벌어들였다. 펀드매니저 자오단양은 2008년 경매에서 211만달러(약 23억1000만원)에 버핏과의 식사권을 따냈다. 자오는 약 1년 뒤 2009년 6월 버핏과 점심을 먹었고 앞서 이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버핏과 식사 후 중국으로 돌아간 뒤 자오가 보유한 주식 가격이 25%나 뛰면서 당시 보유 주식가치가 단숨에 1600만달러나 늘었다. 211만달러짜리의 아주 비싼 점심을 먹었지만 이를 만회하고도 약 1400만달러를 남긴 셈이다.


자오는 "자신의 투자 비중이 큰 중국의 한 유통회사에 대한 연차보고서를 전달했을 뿐"이라며 "이를 보여준 것은 단지 투자 조언을 얻기 위한 시도였다"고 일축했다. 버핏의 매수 여부와는 상관없이 버핏이 연차보고서를 검토한 회사라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폭등한 셈이다.


◆'버핏과의 점심'에서 배운 것= 버핏과의 점심 식사 자리에는 무슨 이야기들이 오갈까. 아쉽게도 그들이 점심을 먹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65만달러(약 7억1000만원)를 내고 2008년 버핏과 점심을 함께한 스위스의 투자자 가이 스피어의 책 '가치투자자의 교육'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는 책의 내용을 요약해 마켓워치에 기고했다. 스피어는 버핏과의 식사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우선 '관습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스피어는 "65만달러를 내는 것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버핏과의 점심'은 감사장을 받고 마는 다른 자선행사와 달리 특별한 사람으로부터 투자와 삶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버핏의 장난기 어린 순수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버핏의 호기심의 원천이 바로 '아이처럼 사는 것'에 있다고 봤다. 당시 버핏은 스피어에게 대부분의 일정이 비어 있는 다이어리를 보여줬다고 한다. 이를 통해 스피어는 버핏이 유쾌하지 않은 순간에 대해 거절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도 버핏처럼 '싫다'라고 말하는 능력을 기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또 스피어는 버핏이 강조하는 '내면의 점수판'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 버핏에게 "공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최악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공적으로는 최악이라고 알려졌지만 스스로는 최고라고 생각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을 듣고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의 평가'에 얽매여서 행동해왔는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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