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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13. 60년 넘는 콜라·햄버거사랑 투자도 그 변함없는 입맛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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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13. 버핏의 소박한 일상
1958년에 구입한 오마하의 낡은 집은 50년 넘어
포도주 대신 콜라, 고급요리 대신 초코칩 좋아해

[왜 지금 버핏인가]13. 60년 넘는 콜라·햄버거사랑 투자도 그 변함없는 입맛을 닮았다 워런 버핏. 캐리커쳐=이영우 기자 20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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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흔히 '슈퍼리치'하면 정원 딸린 호화주택과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자동차를 떠올리기 쉽다. 화려한 파티에서 명사들과 어울리며 샴페인 잔을 부딪치는 모습도 연상된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은 이런 우리들의 상상을 비켜간다. 버핏은 1958년에 3만1000달러(약 3300만원)에 구입한 오마하의 낡은 집에 50년 넘게 살고 있다. 뉴욕 윌스트리트와 1800㎞ 떨어진 이곳에서 그는 군대에 복무하는 병사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혹자는 사치 향락과는 거리가 먼 이런 소박한 생활 방식이 그의 투자관을 꼿꼿하게 유지시켜주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학습기계= 월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버핏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1969년 가을에 나온 포브스의 기사였다. '오마하가 어떻게 윌스트리트를 꺾었나?'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워낙 인상적이어서 이후 버핏을 다룬 많은 기사에서 인용됐다. 이 기사를 쓴 익명의 저자는 버핏에 대해 "버핏은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취향들은 단순하다"고 표현했다. 버핏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복잡한 수싸움이 필요한 전장에서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버핏이지만 그의 삶은 그가 다루는 각종 수치만큼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예측 가능하다'고 할 만큼 단순하다.

실제 버핏의 하루는 운전대를 잡으면서 시작한다. 보통 기업 수장들이 운전기사를 두고 움직이는 것과 달리 버핏은 2001년식 중고 링컨 타운카를 손수 몰고 자신의 집에서 2.5㎞ 떨어진 키위트플라자(버크셔 헤셔웨이 본사 건물)로 출근한다.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을 완료하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TV채널을 CNBC에 고정한다.


널리 알려졌듯 버핏은 뉴스광이다. 학창시절부터 버핏은 투자의 실마리를 신문기사 등 뉴스로부터 찾았다. 이 습관은 백발 성성한 노인이 돼서도 변함없다. 신문을 이 잡듯 꼼꼼히 읽고 나면 아메리칸뱅커, 브로드캐스팅, 뉴요커 등 잡지를 골라 읽거나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대해 쓴 뉴스레터를 읽는다. 팩스, 우편, 인터넷 메일로 들어온 월간 일간 보고서 검토도 버핏 차지다. 여유가 있을 때는 아직 사들이지 않은 수백 개 기업에서 나온 보고서들을 읽었다. 끊임없이 보고 읽고 사색하는 버핏을 두고 누군가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학습기계'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에서 저녁식사를 먹는다. 한두 시간 인터넷으로 브리지 게임을 하기도 한다. 컴맹이었던 버핏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준 것은 브리지 게임 친구인 샤론 오스버그다. 그녀와는 저녁 시간에 전화통화를 즐긴다. 버핏은 잠들기 전 밤 10시쯤 자기 소유의 재보험 회사를 운영하는 애지트 제인과 전화회의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이런 버핏을 두고 누군가 습관의 동물이라고 지적하자 버핏은 이를 부인하며 "그런 사람은 따로 있는데 찰리야말로 습관의 동물"이라고 대꾸했다. 버핏이 그의 동업자 찰리 멍거를 '샴쌍둥이'라 부르는 이유다. 


◆바닷가재보다는 햄버거, 포도주 대신 콜라= 예측 가능한 건 버핏의 일상만이 아니다. 만약 누군가 버핏을 파티에 초대했다면 바닷가재 등 고급요리를 준비하느라 애쓸 필요가 없다. 버핏은 콜라와 햄버거만 있다면 한 끼 식사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핏의 콜라ㆍ햄버거 사랑은 유별난데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다닐 때 학생회관에서 먹는 점심메뉴는 늘 똑같았다. 중간쯤 익힌 스테이크와 펩시콜라 한 잔. 버핏이 코카콜라보다 펩시콜라를 고집한 건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구두쇠 기질이 음료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버핏의 유난스러운 콜라 사랑은 투자로까지 이어졌는데 1988년 코카콜라 주식을 산 게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펩시콜라에 체리시럽을 곁들여 먹던 버핏은 코카콜라에서 체리코크를 내놓자 단숨에 코카콜라 팬이 됐다.


투자금이 불어나 주머니가 두둑해져도 그의 식성은 변하지 않았다. 명사를 만나도 요지부동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캐서린 그레이엄 회장은 '케이파티'라고 불리는 사교모임을 종종 주최했는데 버핏은 여기서도 포도주잔을 부딪치는 대신 고집스럽게 콜라만 마셨다. 커피는 입에도 안 댔고 만찬요리는 '끔찍하다'고 여겼다.


유아 식성을 가진 버핏은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양배추는 나에게 접시 위를 기어다니는 중국음식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생각하는 채소는 깍지콩, 완두콩, 옥수수 정도였다"고 말한다. 버핏이 생각하는 진수성찬은 바닷가재를 고상하게 두드려가며 먹는 것이 아니었다. 초콜릿 칩과 한 양동이의 아이스크림이면 충분했다. 결국 버핏의 취향을 바꿔보려던 그레이엄도 햄버거와 아이스크림만 먹는 버핏에게 두 손 두 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


버핏은 이 지극히 사적인 음식 취향을 어떤 거물급 인사와도 공유했다. 오마하로 손님이 오면 배웅하는 길에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서 함께 간단히 요기한 뒤 공항으로 데려다줬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핏을 돌본 아내 수전이 생전에 그나마 위안을 얻었던 건 까다롭지 않은 버핏의 식성이 아니었을까. 버핏은 "나는 똑같은 음식을 오랜 기간 반복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50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햄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에서 가장 옷 잘 못 입는 남자= 버핏은 자서전에서 '옷을 못 입는다'고 스스로 고백할 정도로 패션 센스가 형편없다. 학창시절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법 큰 돈을 만졌지만 옷차림은 늘 구질구질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학창시절 그는 '헐렁한 바지에 너덜너덜한 운동화를 즐겨 신었고 예장용 구두를 신을 때는 흰색 양말을 보이게 신을 정도로' 옷을 지독하게 못 입었다. 새 와이셔츠를 사지 않는 버핏을 위해 수전은 와이셔츠의 칼라와 앞단추, 소매 부분만 다림질했다. 이런 버핏을 두고 이웃은 '돈 쓰는 데 인색한 사람'이라고 수군거렸다.


음식 취향과 마찬가지로 세간의 시선이 어떠하든 버핏은 본인의 패션 스타일을 유지했다. 1951년 오마하대학교에서 여성들을 위한 투자 등을 강의할 때 두 치수 큰 양복을 걸친 버핏은 강의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교수는커녕 외판원같이 보였다. 웬만하면 치장하는 데 돈을 쓰지 않고 한 푼이라도 아끼는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지켜온 신념과도 같다.


모두가 '인터넷 기업 주식을 사자'고 외칠 때 끝까지 이곳에 투자하지 않은 그의 반골기질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그의 이러한 면모에서 드러난다. 대다수 남자들이 유행에 따라 넥타이를 바꿀 때도 버핏은 폭 좁은 줄무늬 넥타이와 흰색 셔츠를 고수했다. 구레나룻을 기르고 머리를 길게 기르는 헤어스타일이 유행일 때도 버핏은 상고머리 헤어스타일에 둥그스름한 이마에는 잔머리가 자라도록 내버려뒀다.


이런 버핏의 외모만 보고 그를 변변찮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팔꿈치 부분이 낡아서 해질 정도인 스웨터에 바닥이 구멍난 신발을 신고 있는 버핏을 소개받은 한 투자자는 '이 사람이 나를 놀리나'라는 표정으로 소개한 사람을 쳐다봤을 정도다. 버핏 외모만 보고 그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었다. 외모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인간적 매력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캐서린 그레이엄도 처음엔 버핏의 외모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레이엄은 "워런이 입는 옷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어째서 미국에서 최악으로 옷을 입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밖에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후에 "나를 강렬하게 끌어당긴 덕성이 그에게 있었다"며 "그것은 바로 그의 두뇌와 유머"라고 버핏을 재평가한다.


옷에 영 관심 없는 버핏이 생각하는 좋은 옷은 '네브래스카 동부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 출신의 늙은 금융인을 덮어줄 수 있는 것'이면 충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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