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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11. 아내 수전은 버핏의 가치를 제대로 높인 '운명의 투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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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11. 버핏의 여인들


[왜 지금 버핏인가]11. 아내 수전은 버핏의 가치를 제대로 높인 '운명의 투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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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워런 버핏은 앨리스 슈뢰더가 쓴 전기 '스노볼'에서 "공허한 인생을 채워주고 돌봐준 것은 여성들이었다"고 고백한다. 주식만 아는 외골수였고 집에서도 연차보고서에 파묻혀 사는 일벌레여서 다른 일에는 젬병에 가까웠던 버핏에게 그 빈자리를 채워준 것이 여성들이었다. 세대와 배경을 막론하고 버핏과 우정을 나눈 여인들은 어떤 사람들이였을까. 직ㆍ간접적으로 버핏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여성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내조의 여왕 수전 버핏= "수지는 나를 새로 태어나게 했습니다. 그녀의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이었습니다."

버핏에게 수전 버핏(수지ㆍ1932~2004)은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버핏이 이발소에 가기 무섭다고 하자 이발까지 손수 해줬다. 전구 하나 갈아 끼우지 못하는 버핏은 수전에게 돌봐줘야 하는 또 한 명의 '아이'였던 셈이다.


두 사람은 1950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버핏의 여동생 로버타(버티)가 룸메이트였던 수전을 소개해준 것이다. 버핏의 구애 끝에 두 사람은 1952년 4월 부부가 됐다. 그러나 일벌레였던 버핏은 밤에도 무디스 매뉴얼에 파묻혀 지냈다. 수전의 친구들은 '버핏이 결혼을 수전이 아니라 버크셔 해서웨이랑 했다'고 할 정도였다. 당연히 집안일은 물론이고 세 아이의 육아까지 온전히 수전의 몫이었다.


수전은 버핏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애썼다. 수전은 집안일에 무관심한 버핏에게 수시로 "누구나 아버지는 될 수 있지만 당신은 아빠도 돼야 한다"고 말했다. 버핏이 돈에 집착하고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는 점은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 소재로 흔히 쓰일 정도였다. "워런, 자네 아이들이 누군지 알고는 있지?"


수전은 종교와 문화, 인종을 막론하고 인간관계를 맺었는데 자기 집을 찾는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그중에는 전과자, 사기꾼, 마약중독자, 사창가 포주도 있었다. 버핏의 어머니 레일라가 사회 맨 꼭대기층에 진입하려고 미국애국여성회와 위그노회에 가입한 것과는 딴판이었다. 엘리트주의를 싫어했던 버핏에게 수전의 이런 모습은 매력적으로 비쳤다. 수전은 다양한 친구들로 구성된 인맥 속으로 버핏을 데리고 들어갔다. 젊은 시절 말투가 어눌하고 숫기가 없었던 버핏은 "수지와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은 내가 가진 가치 이상으로 나를 인정했다"고 말한다.


수전의 인생을 달라지게 한 건 버핏의 관심이 아닌 '노래'였다. 1974년 7월 가수로 데뷔한 수전은 이후 오마하 집을 떠났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버핏의 아내로 그 옆자리에 함께 나왔다. 수전은 생전 버핏 재단의 이사장이었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사이기도 했다.


2003년 구강암 3기 진단을 받았을 때 수전은 담담하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는 정말 멋진 인생을 살았어요. 아이들도 이젠 다 컸고 손자들까지 봤잖아요.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해요. 이제 내가 할 일도 다 했고 정말 더는 여한이 없어요." 오히려 버핏이 어미 잃은 새처럼 어쩔 줄 몰라했다. 버핏은 수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었다. 아내의 부재를 상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버핏에게 돈 말고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몸소 보여준 수전은 사후에도 버핏에게 깨달음을 줬다. 수전은 약 30억달러에 달하던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대부분을 자신의 재단에 맡기고 일부는 세 자녀의 이름으로 된 재단에 남겼다. 수전의 장례식 때 U2의 보노는 추모곡으로 '때론 당신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어(Sometimes You Can't Make It on Your Own)'를 불렀다. 수전은 버핏에게 '혼자'보다는 '함께'가 '독식'보다는 '나눔'이 더 가치있음을 전파한 사람이었다.


◆버핏을 상류 사회로 이끈 캐서린 그레이엄= "워런? 과외 시작할까요?" 버핏과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WP) 회장(1917~2001)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였다. 그레이엄은 버핏이 워싱턴 상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반면 버핏은 그레이엄에게 회계 등을 가르쳐주는 과외 선생님이었다.


두 사람은 1970년대 초반 처음 만났다. 1963년 남편과 사별한 그레이엄은 얼떨결에 WP 발행인으로 신문사 경영을 떠안게 됐다. 1973년부터 1991년까지 WP 회장을 역임한 그녀는 남성들이 주름잡던 언론계에서 권력에 굴하지 않았던 여성언론인이었다. 그의 재임기간 중 터트린 '워터게이트 특종'은 지역지였던 WP를 일약 세계가 주목하는 신문사로 위상을 끌어올렸다. 그레이엄은 온갖 정치적 외압에도 불구하고 보도를 밀어붙였고 기자들이 기사로 인해 부당한 압력이나 신변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보호했다. 외압에 굴하지 않고 편집 방향을 지켜낸 그는 훗날 "국민의 알 권리와 국익보호 사이에서 신문이 선택할 길은 국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레이엄에게 버핏의 첫인상은 그동안 만났던 인사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만났던 월스트리트 사람이나 기업계 인사들과는 전혀 달랐다. 옥수수만 먹고 자란 중서부 지역 사람 같았다. 하지만 처음 만난 뒤로 지금까지 나를 강렬하게 끌어당긴 덕성이 그에게 있었다. 두뇌와 유머였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사람을 좋아했다." 사람은 처음에 주주와 최고경영자로 만났지만 그 이상의 우정을 나눴다. 후에 버핏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레이엄은 "워런이 그러던데…"는 말을 달고 다녔다.


그레이엄은 버핏에게 상류층 인사와 교류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했다. 그레이엄의 인맥은 전 방위였다. 전직 미국 대통령부터 외국의 지도자, 행정부의 고위직 인사, 민주당과 공화당의 거물급 의원 등 면면이 화려했다. 버핏 역시 자신의 모임에 그레이엄을 초청하기도 했다.


친분이 깊어지면서 버핏은 WP의 이사회에 참석할 때면 아예 그레이엄의 집에 머물렀다. 이 즈음 쉰아홉 살의 그레이엄이 마흔 여섯의 버핏에게 자기 집 열쇠를 건네주는 장면이 자선행사에서 포착됐다. 1977년 초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가십기사가 나왔다. 그레이엄의 반응은 "눈썹이 벌떡 일어선다"였다. 그뿐이었다. 가십기사는 두 사람의 우정에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버핏이 WP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도 그녀와의 우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버핏과 세대를 넘어 우정을 나눈 그레이엄은 2001년 작고했다. 버핏은 1974년 이사를 맡은 후 중간 8년 공백을 빼고는 줄곧 WP 이사를 맡아오다 2011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아내 수전의 빈자리를 채워준 애스트리드= 아내 수전과 애스트리드 맹크스, 버핏 사이는 삼각관계였다. 수전은 버핏의 '공식적인 아내'였고 애스트리드는 오마하 집에서 버핏과 함께 살며 수전 대신 버핏의 일상이 잘 굴러가도록 도왔다.


버핏은 자신과 두 여인의 관계에 대해 "수지는 나를 제대로 된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고 애스트리드는 나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유지시켜 준다"며 "두 사람 다 베풀고 주고 싶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런 베풂을 무조건 받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버핏은 수전이 샌프란시스코로 떠난 이후 1978년부터 애스트리드와 함께 살았다. 수전이 떠난 후 일상이 엉킨 버핏을 보다 못한 수전이 당시 애스트리드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어와 버핏을 돌봐달라고 애원했기 때문이다. 애스트리드는 수전이 노래를 불렀던 프렌치 카페에서 일했었다. 수전은 이곳에서 애스트리드와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수전의 부탁에 못 이겨 음식을 만들어 주는 등 뒷바라지를 하던 애스트리드는 숫자를 다루는 일 이외엔 모든 것이 서툰 버핏이 가엾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애스트리드에게 안방을 내준 수전은 그녀와 으르렁대기는커녕 가족처럼 지냈다. 애스트리드는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수지를 만나기도 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암묵적인 조약이 형성돼 있었는데 애스트리드가 버핏의 아내라는 공식적인 역할을 주장하고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버핏의 지인과 자녀들은 세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고 이해했다. 버핏의 절친인 빌 게이츠는 1993년 비행기를 오마하로 몰고 가서 두 사람에게 약혼 반지를 선물하는 깜짝 파티를 열기도 했다. 버핏은 수전이 죽은 이후에야 애스트리드와 재혼했다. 수전이 사망하고 2년 뒤인 2006년 본인의 생일인 8월30일에 버핏은 큰딸 수전 주니어의 집에서 애스트리드와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버핏이 닮고 싶다던 'B여사'= 로즈 블럼킨(1893~1998)은 버핏이 최초로 선택한 여성 경영인이다. 1983년 버핏은 버크셔 해셔웨이를 통해 블럼킨 여사의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를 인수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아흔 살.


러시아 출신 이민자로 고난을 극복하고 북아메리카 최대 가구점을 이끌었던 블럼킨은 경영자적인 자질과 수완이 좋았던 인물이었다. 억척 같던 경영방식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B여사'라고 불렀다. 특히 그녀의 현장 장악력은 최고의 장점으로 뽑힌다. 그녀는 아흔이 넘는 나이에도 노구를 이끌고 매일 매장에 나와 일했고 경쟁사의 주차장과 매장을 확인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91세 때 그녀는 한 기자에게 "나는 먹고 자기 위해 집에 간다. 날이 밝아 매장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을 나는 학수고대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자신이 관심 있는 회사라면 그 회사 경영자나 직원을 직접 만나기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 버핏 역시 무엇이든 직접 발로 뛰어 확인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면모를 가진 버핏이 로즈에게 호감을 가졌던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 그녀의 고객가치 중심 경영은 버핏을 매료시켰다. 블럼킨은 평소 "어느 기업이든 필요한 것은 좋은 경영자이다. 자신의 일에 마음을 온전히 바치는 사람 말이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버핏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식의 모든 것들은 내가 알기로 그녀가 원조"라고 치켜세웠다.


100세가 된 블럼킨은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요약했다. "나는 75년 전 러시아에서 와서 회사를 차렸고 거짓말한 적이 없고 속인 적 없으며 거만하게 군 적도 없다." 버핏 역시 손해를 볼지언정 '정직'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


그녀는 103세까지 현업에서 일했는데 버핏은 "블럼킨을 닮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 경영자로서 블럼킨은 버핏의 '롤모델'이였던 셈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쳐 일군 그녀의 성공에 대해 버핏은 "만일 2년 동안 어느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것과 몇 달 동안 그녀 밑에서 실습하면서 사업경영을 배우는 것 가운데 하나를 택한다면 그녀가 처리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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