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또 과거사 보상 제동, 1·2심 판결 뒤집어 논란…민법 기준은 3년인데 과거사는 6개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대법원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로 인정받은 지 6개월을 넘겼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는 민법에 규정된 3년의 소멸시효 기준보다 더 엄격한 법적용이어서 과거사위원회의 배상 취지 의견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민일영)는 김모(53)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1983년 군복무 당시 불법 연행된 뒤 5·18 관련 불법단체 결성 혐의로 조사를 받다 폭행을 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5월 김씨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결정이 내려진 뒤 2년 11개월이 지난 2012년 4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김씨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3년이 도과하기 전에 제기된 소송은 원고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제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정지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6개월 내)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 판결로 김씨는 5·18 관련 피해의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에 따르면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소멸시효가 3년임에도 과거사위 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개월로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과거사위 사건은 결정이 있은 날을 '당사자가 알게 된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사자가 뒤늦게 알았다고 해서 소멸시효 적용에 더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과거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엄격한 적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5월 '진도군 민간인 희생사건' 판결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을 전제로 소멸시효는 3년을 넘을 수 없다면서 일반적으로는 민법상 시효정지(6개월 이내)를 준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진도군 민간인 희생 사건은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봤지만, 일반적으로는 민법상 시효정지(6개월 이내)를 준용해야 한다는 게 판단의 취지였다.
박주민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학살 등 중대한 인권침해 범죄는 소멸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게 국제적인 원칙"이라며 "민사사건 역시 과거사위 결정처럼 국가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 소멸시효를 넉넉하게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사위 결정이 있은 날을 (소멸시효)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결정에 대해 당사자 통지를 하기 때문에 결과를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소멸시효 적용을 위한 '상당한 기간'은 6개월로 규정된 것은 아니고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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