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금융보안 전담기구인 금융보안원 설립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김영린 금융보안연구원 원장을 초대원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지만 이에 대한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로 사원총회 등 설립 작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문제를 풀 마땅한 해법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금융보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월로 예정됐던 금융보안원의 설립이 잠정 연기됐다. 1월에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사원총회를 거쳐 초대 원장 및 임원 선임과 조직운영안 등을 결의하고 2월 2일 공식 출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원총회가 열리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설립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금융결제원과 코스콤 출신 직원들이 김영린 금융보안연구원 원장의 초대원장 취임에 반대하며 금융전산보안전담기구 설립추진위원회 사무국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융보안원이 금융보안연구원ㆍ금융결제원ㆍ코스콤 등에 흩어져 있던 금융전산보안 기능을 한 곳에 모아 설립되는 만큼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 3개 기관에 몸 담았던 인물은 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문제는 초대원장 후보자 선임 전부터 불거져 있었다. 김 원장은 현재 이직을 철회한 직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원만히 갈등이 해결돼 3월 중에는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상황을 풀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김 원장이 이직을 철회한 직원들에게 급여 인상 등 금전적인 보상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른 직원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고 금융당국에서도 과도한 연봉이나 복지혜택은 안 된다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설립사무국 관계자는 "설립 계획을 세울 때 연봉은 금융결제원의 90% 수준으로 하기로 이미 정했고, 이를 알고도 미래 비전 등을 보고 이직 신청을 한 직원들이기 때문에 금전적 보상이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반발하는 직원들의 주장대로 통합되는 3개 기관 중 한 곳에 몸 담았다는 이유로 초대원장 후보자를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보안원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선임된 후보자를 교체할 수는 없다"며 "김 원장이 직원들을 잘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에 직원들을 잘 설득해 설립 작업을 무난히 마치는 것은 출신 기관별 이해관계나 입장 차이 등을 잘 아우르는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한 초대원장으로서 첫 시험대인 셈이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원에서 감독서비스총괄국장, 거시감독국장, 부원장보 등을 역임하며 ITㆍ거시ㆍ제재ㆍ국제 등 주요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성과 지난해 4월 금융보안연구원장 취임 이후 전담기구 설립까지 원활하게 조직을 이끌어온 관리 능력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초대원장 후보자로 선정됐지만 설립 전부터 쉽지 않은 검증과정을 거치게 됐다.
잦은 금융보안 사고의 대안으로 설립되는 금융보안원은 일회용비밀번호(OTP)를 제외한 금융보안연구원의 기존 업무와 통합보안관제센터 업무, 금융결제원과 코스콤에 분산돼 있던 정보공유분석센터(ISAC) 업무를 모아 보안관련 통합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고객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금융보안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향후 조직의 화학적 결합 등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전향적 자세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