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가 보그 시리즈의 가격을 세금 등 제부담금보다 적은 3500원으로 책정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오는 15일부터 초슬림 담배인 '보그 시리즈' 4종(1MG, 블루, 0.3MG, 프리마)을 35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기존 가격(2300원)에서 1200원만 인상키로 한 것인데, 이는 추가로 오른 담뱃세 1768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세금을 비롯한 제부담금만 3568원으로 제조원가를 제외하더라도 갑당 68원의 손해를 입게 된다. 여기에 제조원가를 고려하면 갑당 최소 100원 이상은 손실이 초래된다.
담뱃값이 2500원 일 때 담배제조사가 정부에 내는 세금은 담배 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1원, 부가가치세 234원 등 조세와 여러 부담금을 포함해 1550원이였다. 정부는 여기에 개별소비세(594원)라는 세금 항목을 신설하고 건강증진부담금을 841원으로 올려 1768원의 담뱃세를 추가로 걷는다. 1550원이던 담뱃세가 3318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한 담배제조사는 담배 판매업자인 소매점에게 7.1%(250원)의 마진을 제공한다. 즉 담배 한 갑에 지출하는 금액이 3568원인 셈이다. 담배제조사들이 3568원 이상에 담배를 팔아야 원가를 제외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데 BAT코리아는 보그 가격을 수지 악화가 불 보듯 뻔한 3500원에 책정했다.
가이 멜드럼(Guy Meldrum) BAT코리아 사장은 "한국에서는 수퍼슬림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보그 시리즈를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담배제조사 관계자는 "전체 담배 시장에서 보그의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며 "BAT코리아가 초기에는 가격을 인하해 판매량을 늘린 후 다시 가격을 인상하는 꼼수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초 담뱃세가 2000원 인상된 것을 계기로 담배제조사간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BAT코리아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익성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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