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전차'는 녹슬지 않았다. '맏형' 차두리(FC서울)가 흔들리던 대표팀의 중심을 잡았다.
차두리는 13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남태희(레퀴야SC)의 결승골을 도와 1-0 승리에 일조했다. 답답한 공방이 계속되던 전반 36분 차두리의 발끝에서 활로가 열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돌파를 시도한 뒤 정확한 크로스를 문전으로 연결했고, 달려들던 남태희가 헤딩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쿠웨이트의 수비수들이 차두리의 돌파를 막는데 시선이 빼앗겨 2선 침투하던 남태희를 놓쳤다.
대표팀으로서는 8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이청용(볼턴)이 오만과의 1차전(10일·1-0 승)에서 다친 오른쪽 정강이뼈에 실금이 발견돼 3주 진단이 나왔다. 더 이상 경기를 뛸 수 없어 일찌감치 대회를 마치고 귀국을 결정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 손흥민(레버쿠젠)과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마인츠),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은 감기증세로 출전하지 않았다. 1차전 선발명단에서 일곱 명이 바뀌었다.
자칫 조직력이 흔들릴 수 있었다. 예상대로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경기력에 문제가 생겼다. 특히 상대의 압박에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하면서 조급한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 불안한 수비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방해했다. 차두리는 적절한 시점에서 공격에 가담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왕성한 체력으로 공수를 오가면서 중원에서는 적절한 파울로 쿠웨이트의 공세를 끊었다. 심리적으로 후배들을 안정시키면서 상대가 부담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불안한 흐름에도 대표팀이 한 골 차 승리를 지킨 원동력이다. 그는 2004년 7월 27일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도 쿠웨이트를 상대로 한 골을 넣어 4-0 승리에 일조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기록한 득점이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승점 3점을 챙긴 대표팀은 2연승(승점 6)으로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어 열릴 호주와 오만의 경기에서 호주가 이기거나 무승부일 경우 8강 진출을 확정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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