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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여객선 끝까지 지킨 伊 선장 "나를 영웅이라 부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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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불이 난 여객선을 끝까지 지키다 마지막으로 내린 이탈리아 노르만 애틀랜틱호의 선장 아르길리오 지아코마치(62)가 자신을 향해 칭송에 쏟아지자 "나를 영웅으로 부르지 말아달라"고 선을 그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아코마치는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라 스페치아의 리비에라 항구 인근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온 뒤 주변에 이같이 당부하면서 "배에 탄 모든 사람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배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서 마지막으로 배를 떠났다. 조난신호를 보낸 지 36시간 만이다. 그는 해군 네 명과 카페리를 예인선에 묶는 작업을 마친 뒤에야 배에서 내렸다.


선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그의 행동은 2012년 이탈리아 초호화 유람선 콩코르디아호 좌초 당시 모든 승객에 앞서 배를 탈출한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과 대조를 이루며 이탈리아에서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또 수많은 승객을 선실에 남겨 둔 채 속옷 바람으로 가장 먼저 세월호를 탈출한 이준석 선장의 행동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선박의 적재나 사고 대처 등에 잘못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지아코마치는 이와 관련해 이날 검찰에서 5시간에 걸친 고강도 수사를 받았다. 그는 검찰에서 "안전 규정은 지켜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아코마치의 변호인인 알프레도 델리 노치는 "그는 검찰의 모든 질문에 침착하게 대답했다"며 "그는 바다에서 40여년간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그의 딸 줄리아는 "지금은 우리 가족에 매우 힘든 시간이지만, 아버지가 승객과 승무원을 구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르만 애틀랜틱호의 해상 화재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 13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확한 탑승자 수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AP통신은 그리스 선박회사 ANEK이 공개한 탑승자 수는 478명이지만 탑승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밀항자 등을 더하면 탑승자 수는 최소 18명에서 최대 98명이 추가될 수 있다고 봤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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